지난주 루나(LUNA)와 테라(UST) 사건은 금융투자업계를 넘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루나·테라 충격은 전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2000억 달러(약 258조원)를 증발시켰으며 투자 피해자들은 현재 이 시각까지도 계속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루나 대폭락은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의 디페깅(Depegging·달러와의 가치 유지 실패 현상)으로 발생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대체 뭐길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말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을 의미한다. 하루에도 적게는 몇프로, 많게는 수십프로의 등락을 오가는 코인 시장에서 ‘안정적’이라는 말이 사뭇 어색하지만 변동성이 큰 코인의 특징이 스테이블코인을 등장시켰다.

스테이블코인은 등장 초기부터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활용됐다. 시장의 침체 등으로 인한 가상자산 가격 하락 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현금의 입출금을 지원하는 거래소가 많지 않았을 뿐더러 현금 거래에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을 교환하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투자 수익을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게 됐다.

디지털 자산회사 카르도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100억 달러(약 13조원)였던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올 4월에는 1800억 달러(약 231조원)까지 늘었다. 2년 만에 18배가 증가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 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는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장 사용하기 쉽고 실제로 가장 많이 발행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 달러 가격에 1대 1 가치 연동(페깅)이 돼있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USDT와 USDC의 시총은 각각 830억(약 107조원) 달러, 500억 달러(약 64조원)다.

두번째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다이(DAI)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세번째는 무담보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테라(UST), 테라KRT(KRT) 등이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종류와 무관하게 이전부터 문제점들이 존재해왔다. 법정화폐 담보 코인은 발행사의 은행 계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량과 동일한 액수의 현금이 항상 보관돼야 하지만 2021년 5월 테더(USDT)에 따르면 USDT를 담보하는 자산 가운데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87%에 불과했다. 즉, 단기간에 USDT 상환 요청이 몰려들면 법정화폐를 제때 인출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관을 은행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의 입법을 제안한 상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상원에 출석해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유럽,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이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재무부와 영란은행이 지난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일부 스테이블코인만 지급 수단으로 사용 가능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도 최근 엔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의 이용자 보호 및 규제 확립을 위해 금융청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과 송금대행업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또다른 스테이블코인은 계속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스테이블코인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예치금 담보 스테이블코인인 USDT는 예전부터 충분한 예치금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면서 “이번 테라(UST) 폭락으로 USDT와 USDC 등 예치금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건전성 여부도 화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승 코빗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화폐인 달러(USD)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부터 존재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규제 강화에 대한 강한 명분으로 작용해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을 은행 차터 보유 기관으로 한정지어 사실상 제도권 은행들만 발행할 수 있을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이미 제도권 친화적인 USDC 등은 상대적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테라 프로젝트가 사라져도 계속해서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