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보다 기준이 명확해지고, 일관적인 방향으로 재정비된다. 전문 평가 기관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기술 평가 모델'이 마련되는 한편, 다음 달 중 평가 기관이 2개 더 늘어나 보다 원활한 심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국거래소 사옥. /한국거래소 제공

16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오는 8월까지 기술특례상장에 활용할 '표준 기술 평가 모델'을 만들고자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 기술 기업이 전문 기관의 기술 평가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일반 기업이 자기자본 250억원과 시가총액 1000억원, 혹은 일정 수준의 매출액이나 수익성을 충족해야만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기술특례를 이용하는 회사는 자기자본 10억원과 시가총액 90억원의 조건만 충족해도 된다. 대신 전문 기관 두 곳으로부터 A등급과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거래소가 표준 기술 평가 모델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그간 논란이 됐던 기술특례상장 심사의 허점을 보완하고 비일관적 평가 기준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나이스평가정보·한국기업데이터 등 6개사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16개 정부 산하 연구 기관 중 2개를 임의로 선정해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회사에 배정하고 있다. 문제는 기관마다 평가 기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일관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어떤 회사의 경우 A기관과 B기관 두 곳에 기술평가를 맡겼는데, 두 기관이 매긴 등급에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 기관의 평가 결과가 상장 적격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특례상장의 특성상 이 같은 비일관성은 거래소의 상장 예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회사들 중 몇 년이 지나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내부 통제에 문제가 발생한 기업이 적지 않다. 전·현직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인 신라젠이 대표적인 예다.

거래소는 8월까지 표준 기술 평가 모델을 만들어 평가 기관들에 제시할 계획이다. 새 모델은 업종에 따라 평가 기준과 가중치를 다르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사의 경우 기술개발(R&D)의 성숙도에, 바이오 플랫폼 기업은 기술이전(LO) 실적에 가중치를 높게 두는 식이다. 해당 모델을 도입할 지 여부는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아울러 거래소는 다음 달 중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평가기관을 2개 더 늘리기로 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하는 기업이 많아 기술 평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는 22개 기관 중 두 곳을 거래소에서 임의로 배정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는 24개 기관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8월 중 표준 평가 모델을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평가 기관 수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