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의미 있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의 코스닥 시장 상장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술성 평가 제도 변경을 추진 중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몇번 고배를 마신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연말쯤 새로운 평가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기술 성장 특례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은 지난 4월까지 8곳에 불과하다. 애드바이오텍(179530), 이지트로닉스(377330), 스코넥(276040),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 퓨런티어(370090), 풍월정밀, 노을(376930), 모아데이터 등이 전문평가(기술) 측면에서 특례 상장을 통과했다.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도 거래소 예비 심사를 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상장 요건은 크게 일반 기업과 기술성장 기업으로 나뉜다. 지난 2018년부터 다양한 특례 제도를 통한 상장이 적용되고 있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는 수익성·매출액과 시장평가·성장성(이익미실현기업/테슬라 요건)에 대해 평가한다. 기술성장기업은 기술전문평가와 사업모델전문평가, 성장성 추천 등에 대해 심사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오 기업들의 특례 상장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상장 후 실제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고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후 거시 경제 흐름이 나빠진 것도 올해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이 현저히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기술 특례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해 '국민 바이오주'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상장폐지의 벼랑에 몰렸다가 겨우 회생 기회를 잡았다. 신라젠은 현재 2년째 거래정지 상태다.
기술 특례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추락하며 지난해에는 총 9곳의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했지만, 올 들어서는 이 숫자가 손에 꼽는 수준(바이오에프디엔씨, 노을)이다.
지난해부터 상장예심을 청구해 몇개월간 대기하다 아예 상장을 철회한 바이오 기업들도 파이메딕스, 한국의약연구소, 퓨쳐메디신 등 십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시장성과 기술 진행 정도, 기술 이전 이력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심사 자료에 대한 평가 기준도 복합적이고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인기가 저조해지면서 '유니콘 특례상장 1호'로 기대를 모았던 보로노이는 상장 예심을 통과했지만, 지난 3월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된 데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의 유경하 연구원은 "최근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는 보유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상장 이후에도 사업화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 섹터의 속성상, 이런 평가 트렌드 변화는 바이오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도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한 바이오 테크 기업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디앤디파마텍, 선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이 지난해 10~11월에, 샤페론이 올 1월에 상장예심 청구에 나섰다.
이 외에도 바이오 테크, 진단 관련 종목으로는 아벨리노, 지아이이노베이션, 쓰리빌리언 등이 올 3~4월 상장예심을 청구해 심사를 대기 중이다.
최근엔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에 앞서 진행되는 기술성 평가 제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장 문턱이 더 깐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표준평가모델을 제시하고 아울러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심화형 평가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로 알려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8월 말을 목표로 관련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각 기관에서 준비 기간을 거쳐 연말 쯤에 이를 실무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거래소에서는 상장예심에 앞서 기술신용평가와 국책연구기관 등 22개 외부 기관에 기술성 평가를 맡기고 있다. 거래소 기술기업성장부의 한 관계자는 "표준평가모델은 기존에 기관 별로 평가 항목을 크게 제시한 것과 비교해 기관 별로 다른 평가 항목들을 통일되게 하고 체계화 시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심화형 평가 모델은 기존 기관별로 전문 분야가 달랐거나 차이가 났던 평가 항목을 필수적, 기본형으로 선택해서 일관되게 하는 차원"이라면서 "바이오와 같은 특정 업종에 심사가 더 깐깐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