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4월 25~29일) 코스피지수는 대외 악재에 미끄러진 후 급반등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다. 치솟는 물가와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시사, 중국 봉쇄 장기화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약해졌지만, 주 후반에는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의 강한 매수세에 반등하며 2700선 턱밑까지 추격했다.

개인 투자자는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간 누적 순매수액은 21조원을 넘었다. 개인은 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 삼성전자(005930)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만 10조5000억원 순매수하며 낙폭 확대를 간신히 방어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반면 외국인은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52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NAVER(035420),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최상위권의 대형주들을 많이 팔았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계속되자 외국계 자금의 이탈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보유 주식을 달러화로 환전하면 환차손이 발생해 한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주(5월 2~6일)에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5월 정례회의가 예정돼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한 만큼(0.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친다면, 시장에서는 이를 악재 해소로 받아들여 호재로 인식할 수 있다.

다만 그 외의 불확실성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달 28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에 그치며 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으며, 중국은 수도 베이징의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위험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 5월 FOMC서 금리 0.5%포인트 올릴 듯…"알려진 내용, 불확실성 해소될 것"

미 FOMC 5월 회의는 오는 3~4일(이하 현지 시각) 열릴 예정이다. 지난 달 18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0.75%포인트 인상안까지 언급하며 '빅스텝' 다음 단계인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기준금리의 0.5%포인트 인상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 달 3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단기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확률이 97.1%라고 봤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0.75%포인트 인상안을 언급한) 불러드 총재는 FOMC 내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보다 서열이 낮다"며 불러드 총재가 시사한 '자이언트 스텝'이 실현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 연구원은 또 "연준은 지난 1994년에도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가 이듬해 하반기 인하한 경험이 있는데, 이처럼 미리 가속도를 냈다가 나중에 되돌리기보다는 이번에 0.5%포인트를 인상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이미 0.5%포인트 인상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 달 21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3배 이상 웃도는 만큼,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5월 회의에서 50bp(0.5%포인트) 인상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의 예상과 파월 의장의 공언대로 미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면, 시장에서는 이를 악재의 해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를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된 상태"라며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11년 이후 집계한 평균치를 밑도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제는 과매도 국면에 진입한 종목을 선별해 매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빅스텝 단행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시장은 FOMC 회의의 종료를 불확실성의 해소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 봉쇄 강화하는 중국…경기 둔화, 인플레이션 우려↑

연준의 금리 인상에 관한 불확실성은 5월 FOMC 이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잔존할 가능성이 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증가율은 연율 -1.4%로 집계됐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처음이다. 속보치이기 때문에 향후 수정될 가능성은 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역성장을 했다는 데서 시장 참여자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GDP 성장률 전망치는 1.0%였다.

CNBC방송과 마켓워치는 1분기 미국의 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GDP를 3.2%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중국 봉쇄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심화하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봉쇄 장기화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지난 달 3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49.5)보다 2.1포인트 내린 47.4였다. 제조업 PMI가 기준선인 50보다 위에 있으면 경기 확장을, 아래 있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지난 달 30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모습. /EPA연합뉴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는 봉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달 30일 베이징 내 관리·통제 구역에 하이뎬구를 추가했다. 이로써 수도 베이징 내 7개 지역에서는 필수적 사유가 아니면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됐으며, 식당과 영화관 및 도서관 등이 문을 닫게 됐다.

김상훈·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 강도를 낮춘다면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겠으나, 현재와 같은 수준의 방역 정책을 고수한다면 경기 회복 시점은 훨씬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연구원은 "3월 상하이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했는데, 한 달 중 3분의 1의 기간 만이 봉쇄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월 경제지표는 더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주요 도시 봉쇄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은 경기 둔화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상승의 위험성도 높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27일 아침부터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분명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22일에 요구한 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폴란드가 거부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 달 2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6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5.16% 오른 MMBtu(100만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당 7.24달러를 기록했다.

◇ "경제 지표 살피며 낙폭 과대주 선별 매수"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및 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을 검토하는 한편 그동안 지나치게 하락한 종목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는 2일에는 미국의 경기를 살펴볼 수 있는 4월 제조업 PMI가 발표된다. 미 제조업 PMI는 지난해 3월 고점(64.7)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4일에는 미국의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발표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완전 고용'을 예상하고 있는데,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록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당위성도 커지게 된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유럽의 제조업·서비스업 PMI, 유럽 생산자물가지수 등 각종 지표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2020~2021년 유동성장세, 실적장세를 지나 올해는 역금융장세(증시 활황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정부가 긴축 정책을 실시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지 않고 저평가됐으며 향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B증권은 "연준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선언하며 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경기 둔화로 점차 이동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나 금리의 상승세가 주춤해지면, 현재 돈이 쏠려 있는 에너지·산업재 관련주와 금리 상승 수혜 금융주에서 자금이 이탈해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원가 상승분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주류·음료 산업, 화장품 산업, 렌탈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또 새 정부 출범과 관계 있는 유틸리티 및 통신주, 중국 부양책 등과 관련 있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