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한때 잠잠했던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 청약 경쟁률이 '2000 대 1′을 넘어서는 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확실한 파트너사들을 갖고 있어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종목일수록 상장 이후 시초가도 공모가 대비 거의 2배로 형성되고 상장 초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신규 상장기업들의 10곳 중 7곳의 장기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공모주 청약 이후 주식 매도 시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8일 상장한 포바이포(389140)는 청약경쟁률이 3763대 1을 기록하며 올 들어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시초가도 공모가(1만7000원)의 2배인 3만4000원에 결정되고 나서 장 초반 바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4만42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포바이포를 포함해 오토앤(353590), 아셈스(136410), 퓨런티어(370090), 풍월정밀, 비씨엔씨(146320), 유일로보틱스(388720), 세아메카닉스(396300), 지투파워(388050) 등 9개 종목의 경쟁률이 2000대~2600대 1을 훌쩍 넘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31개 기업 중 1000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은 13개에 이른다. 나머지 18개(58%)의 기업들이 수백대 1 안팎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들은 대부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배에 달하는 시초가격을 형성하고 나서 상장 첫날 종가도 거의 비슷한 수준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경쟁률이 2000대 1을 넘은 신규 기업들의 100%가 상장 첫날에는 모두 공모가 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고 이 같은 흐름은 상장 후 일주일, 대개 한달 이후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DB투자증권의 유경하 연구원은 "대부분 2차 전지와 AI, 콘텐츠 관련 기업으로 확실하게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었다"면서 "이들 기업은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보다 금융당국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최근 인기 새내기주들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공모가 밴드가 보수적으로 잡히고 구주 매출 규모가 줄어 들며 보호예수기간도 길어지는 등 유통가능주식수가 줄어 '오버행' 리스크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큰 틀에서 비슷했다.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2000대 1을 넘은 신규 상장기업은 총 17개에 달했는데 이중 3000~6000대 1을 넘은 곳은 알비더블유(361570), 엔비티(236810), 맥스트 등 3곳이었다. 이들 기업들 역시 대부분 상장 첫날 높은 시초가를 형성하고 나서 상장 첫날을 포함해 초반에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
그러나 새내기주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상장기업의 숫자 뿐만 아니라 공모 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상장 이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9~10월에 상장한 지아이텍(382480)과 와이엠텍(273640)의 경우 모두 청약경쟁률이 3000대 1에 육박했지만, 이후 실제 주가 흐름은 기대 이하였다.
지아이텍은 공모가가 1만4000원이었지만 상장 첫날 7280원에 거래를 마쳤고, 그 이후 주가가 회복하지 못해 현재도 반토막이 난 수준이다. 와이엠텍은 공모가(2만8000원)와 비슷한 수준의 시초가를 형성하고 나서 현재까지 2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유경하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공모가 밴드 자체가 높게 잡힌 경우가 많았고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공모 이후 수익이 날 수 있는 여력이 적었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안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흥국증권의 최종경 연구원은 "증시가 하락 조정을 받을 때 투자자들의 심리가 보수적, 방어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만큼 활황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카카오뱅크(323410), 카카오페이(377300), 크래프톤(259960) 등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최근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신규 상장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