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 및 '자이언트스텝(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연일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발 악재까지 가세했다. 중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와 수도 베이징을 봉쇄하자 위안화 가치의 하방 압력이 가중됐고, 이는 미 달러화의 강세와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돈줄을 죄는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인 한·중 외환 및 주식시장의 동조화(커플링)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하락장에서 우리 증시는 중국 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다만 향후 두 나라의 환율 및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분간 미 달러화의 강세가 계속되고 신흥국인 한·중 양국에서 외국계 자본이 추가로 이탈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인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강(强) 달러의 완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 韓·中 증시 커플링 심화…美 돈줄 죄자 신흥국서 자금 '썰물'
미·중 양국에 대한 우리 증시의 동조화 현상은 올 들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연초에는 나스닥지수와의 커플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며 미 증시가 나스닥지수를 중심으로 조정 받자 코스피지수도 덩달아 내렸다. 26일 조선비즈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뉴욕 3대 주가지수(다우존스산업평균, S&P500, 나스닥)가 모두 떨어진 날은 37일이었으며, 다음날 코스피지수가 뒤따라 하락 마감한 날은 총 25일이었다.
최근에는 중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도 뚜렷해졌다.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락한 날(39일)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함께 내린 날이 25일이나 됐다. 연준이 연일 강도 높은 양적 긴축과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자, 우리 화폐 가치 및 증시가 중국과 함께 급락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신흥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강달러 국면에서 안전 자산인 달러화 및 미 국채에 비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인식된다.
한·중 양국의 외환 및 주식시장의 동조화는 지난 25일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외환 중개 업체 털릿프리본에 따르면, 이날 장중 한때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위안·달러 환율)은 달러 당 6.5774위안까지 치솟았다. 위안·달러 환율이 6.5위안을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20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같은 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53.6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돌파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위안화의 약세와 미 달러화의 강세가 신흥국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지며 원화 가치 또한 끌어내린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1.76%나 급락하며 단숨에 2600대 중반까지 밀렸다. 유가증권시장 현물 시장에서 국내외 기관은 하루 만에 총 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같은 날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본토 기업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는 각각 5.13%, 4.13% 급락했다.
우리 자산시장에 타격을 입힌 중국 통화 가치·증시 급락은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중국 주요 대도시의 봉쇄에 기인한다.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한 102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등 완화적 통화 정책을 지속하며 미국과의 금리 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지난 19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941%를, 중국 10년물 금리는 2.869%를 기록했다. 통상 중국 국채는 선진국인 미 국채보다 높은 금리(할인율)를 제공하는데, 2010년 이후 약 12년 만에 두 나라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를 코로나19의 여파로 봉쇄하며 공급망은 물론 실물 경기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대한 회의적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어,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대도시 봉쇄를 섣불리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봉쇄는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수출액 가운데 중국 수출 비중은 약 28%에 달한다.
◇ "2분기까지 강달러 지속" vs "달러화, 오를 만큼 올랐다"
한·중 통화 가치 및 증시의 향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현재 신흥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도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준의 매파적 압박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라며 "2분기 중 미국의 물가지수가 변곡점을 형성(하락)하는 시점까지 달러화는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한 연준은 빅스텝·자이언트스텝과 강도 높은 양적 긴축 등을 시사하며 매파적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지나 하락한다면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약해질 것이며, 달러화 강세도 잠잠해질 수 있다.
반면 달러화 가치가 이미 고점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홍콩의 경우 상하단이 정해져있는 환율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 역시 인민은행의 구두 개입으로 위안화 절하를 어느 정도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 달러화 가치가 현 수준보다는 좀 내려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위안·달러화 환율의 선행지표로 미국과 중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를 꼽을 수 있는데, 이미 두 나라의 금리 차(스프레드)가 축소되다 역전된 만큼 앞으로는 미 금리도 안정되고 강달러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제로 26일 우리 증시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난 만큼, 심각한 금융 위기까지 우려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