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탐욕적일 때 공포에 떨고, 시장이 공포에 떨 때 탐욕을 가져라.'
세계 최대 갑부이자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 워런 버핏의 대표적인 어록 중 하나다. 주식 투자는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아야 한다는 당연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직접 실천하긴 쉽지 않다.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유독 낙폭이 큰 종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월스트리트를 한 번 따라 베팅해보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인 긴축 행보에 접어들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0.5%포인트(P)를 한 번에 올리는 '빅스텝' 금리 인상을 여러 차례 실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1분기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981.36포인트(2.82%) 하락한 3만3811.4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다우지수 낙폭 기준 지난 2020년 10월 28일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121.88포인트(2.77%) 내린 4271.78, 335.36포인트(2.55%) 하락한 1만2839.29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에 주목했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홈디포와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홈디포와 나이키는 연초 이후 이달 13일까지 각각 25.2%, 23.5% 하락했다. 주 단위로 보면 평균 1.5%씩 하락한 셈인데 올해 초 100달러를 갖고 있던 투자자라면 서너일에 한 번씩 1달러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이키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11월 5일 나이키 주가는 역대 최고치인 179.10달러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2810억달러(한화 약 349조원)를 기록했다. 당시보다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지만, 시총은 여전히 2000억달러(249조원)에 달한다.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28.8배)과 주가매출액비율(3.1배)도 웃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나이키 사업이 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가치와 주가를 분리해서 바라봐도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장 주식 가격이 비싼 것은 맞지만 과거 명성에 비하면 사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나이키는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나이키는 역대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5.6%로 지난 1993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당시보다 한참 큰 사업 규모로 이처럼 높은 이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올해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나이키는 높은 수요가 뒷받침되는 만큼 정가 판매, 가격 인상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매출은 4~6%, 영업이익률은 1.5%포인트(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형 주택용품 유통업체 홈디포의 경우 향후 부동산 가격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에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미국 주택 가격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에서 부동산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고,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인 만큼 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앞서 미국 20개 도시의 단독주택 매매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S&P 케이스실러 전국주택가격지수는 2020년 218에서 올해 2월 기준 276을 기록했다. 상승률로 보면 26.6%다. 미국의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은 37만700달러로 사실상 역대 최고치나 다름없는 상황이고, 신규 주택 가격 역시 최고치인 51만1000달러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홈디포도 사업 자체는 황금기에 접어들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홈디포 주가는 500% 넘게 상승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여가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부정적인 부동산 시장 전망이 홈디포에 대한 낙관론을 위축시키고 있다"면서도 "홈디포 주가가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뒤에 뛰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가수익률(P/E) 20배는 어쩌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나이키, 홈디포와 반대로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셰브론이다. 셰브론은 올해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46.3% 상승했다. 트레블러스컴퍼니(17.4%), 다우(13.1%), 암젠(12.7%), 머크(12.4%), 아메리칸익스프레스(9.8%), 코카콜라(9.3%), 월마트(8.7%)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