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IPO·기업공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장 초기 '반짝' 수익률을 거둔 이후 장기적으로 지수 대비 '플러스(+)'를 유지하는 기업은 극소수로 나타났다. 신규 상장 기업중 매출 증가 등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만 지수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21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일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총 107개로, 이중 지수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 곳이 76개(71%)에 이른다. 상장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대어급' 기업 16곳 중에서도 13개(81%) 종목이 지수 대비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조원 이상 대어급 기업 중 상장일 이후 지수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거둔 기업은 현대중공업, 엔켐(348370), 케이카(381970) 3곳이었다. 시총 5000억원 이상 24개 기업 중에서는 엠씨넥스(097520), 쿠콘(294570) 2개 기업이 추가로 양호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현대중공업은 20일 종가가 14만9000원으로, 상장일 종가(11만1500원) 대비 33.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3.4%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47.1% 초과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케이카 역시 지수대비 초과수익률이 39.6%에 이른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켐은 지수 대비 20.1%를 웃도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엠씨넥스(12.8%, 유가증권시장), 쿠콘(5.4%, 코스닥시장)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LNG 선수요 초강세의 수요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엔켐은 설비투자비용(CAPEX)을 공격적으로 증가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케이카는 중고차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 대다수의 기업들은 상장 이후 지수 대비 최근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들 중에서는 지난해 9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일진하이솔루스(271940)가 지수 대비 -35.8% 수익률로 가장 저조했다. 상장일 종가(8만9100원) 대비 현재 4만3650만원으로 5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더 부진했던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시총 5000억원 이상 기업들 중에서는 오로스테크놀로지(322310)(-61.1%), 바이젠셀(308080)(-49.9%),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46.3%) 등이 모두 50% 안팎으로 지수보다 수익률이 저조했다.
지난해 IPO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상장 기업의 숫자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고 공모 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실제 상장 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만큼 활황을 보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카카오뱅크(323410), 카카오페이(377300), 크래프톤(259960) 등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상장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4월 신규상장기업수는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투자자의 흥미를 끌만한 대어급은 없었다"면서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수요 부진을 이유로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IPO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