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관련 흐름에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엔화 ETF 순매수량도 부쩍 늘고 있다. 엔화가 언젠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관련 펀드들은 엔화나 일본 증시 흐름을 추종하며 모두 최근 수익률이 저조하다. 당분간 엔화 약세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고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엔화 가치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26엔대까지 올라 지난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된 엔화 지폐.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지난 수요일 기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6엔대를 넘어서며 올해 거의 9% 하락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일본과 미국간 금리 격차가 커졌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엔을 팔아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6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5월 이후 19년 11개월 만이다.

이 같은 소식에 일본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전, 엔화 예금뿐 아니라 엔화 상장지수펀드(ETF), 일본 주식형 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엔화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일본엔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엔-파생형)'이 유일하다.

이 ETF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최근월 종목 원엔 선물에 주로 투자한다. 미래에셋운용에 따르면 3월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연초 이후 누적으로 약 25억원을 순매수했다. 4월 이후 13일까지만 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글로벌 ETF운용본부의 송민규 매니저는 "엔화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이 ETF뿐 아니라 일본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시장에서 수출주의 실적 개선과 직결돼 호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화 펀드들의 최근 수익률은 갈수록 저조한 상태다. 13일 기준 '미래에셋TIGER일본엔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엔-파생형)'의 최근 3개월 수익률(투자분배금 재투자를 가정한 세전 수익률 기준)은 -6%이며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이다.

이 외에도 ETF 포함 설정액 10억원 이상(운용·모펀드 제외)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펀드들(36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7%를 기록 중이다. 올 들어 전체 설정액은 24억원이 빠져나갔고 한달 새에만 10억원이 줄었다.

KB증권의 김효진 연구원은 "원화를 자금으로 엔화에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시기는 과거에도 많지 않았다"면서 "엔화가 원화보다 강세로 움직일 가능성이 낮아졌고 엔화의 '안전 자산' 지위 역시 약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은행은 자국의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연방준비제도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합의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셈이다.

이러한 정책 차이는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거의 '제로(0)'에 가깝게 고정시키고 엔화에 대한 수요를 약화시키며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의 유가증권을 투매하도록 자극함에 따라 일본과 미국 국채의 수익률 차이를 확대시켰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수요일 기자들에게 "엔화의 급격한 움직임은 매우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가 통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국채 10년물과 비슷한 미국 국채의 수익률 차이는 수요일 기준 약 2.5%포인트로, 지난 2019년 중반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 같은 엔화 약세에도 일본 중앙은행은 느슨한 통화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와 다카시 노무라증권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본 은행에 어떤 중대한 변화나 어떤 종류의 변경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FT는 "전문가들은 4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이제 시장에서 일본 은행의 이같은 결의를 계속 시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와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에 의해 정치적인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그것은 기시다 현 정권의 지지율에 반영될 수도 있고 많은 정치인들이 일본 은행에 대응을 요청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김유미 연구원은 "엔화의 약세 배경으로 언급되던 요인들은 2분기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분기보다는 엔화 약세 기울기가 완만하게 진행되겠지만, 올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엔~140엔까지 추가 약세가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효진 연구원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엔화의 매력도가 커질수도 있지만, 위안화 등 다른 통화와 비교하면 또 그다지 기대 수익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