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초로 3년물 금리에 역전됐다. 이날 초장기 국채인 30년물 금리는 3.146%로 마감했고, 3년물 금리는 10년 내 최고치인 3.186%를 기록했다. 통상 더 큰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이 같은 역전 현상은 금융투자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국채 30년물에 이어 10년물 금리도 3년물에 역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10년물 금리가 경기의 선행 지표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 10년물-3년물 금리가 뒤집힌다면 경기 전망은 물론 주식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조정 받아온 만큼, 장단기물 금리 역전이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탈피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 금리 인상·추경 우려에 3년물 금리 '발작'

한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3년물 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 2012년 9월 30년물 국채를 도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한 달 간 30년물 금리가 2.619%에서 3.146%로 0.527%포인트 오르는데 그친 것과 달리, 3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0.931%포인트나 급등했다.

3년물 금리의 '발작'은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및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은행 출신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강도가 높게 나타나는 가운데, 통화 정책(기준금리 인상)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3년물(미국의 경우 2년물)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과 가장 밀접하게 연동된다.

이 같은 상황에 차기 정부는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앞두고 있다.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물가 때문에 추경을 스톱(중단)할 수는 없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추경을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국채의 양이 급증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할인율)는 오를 수밖에 없다. 3년물은 한국 국채 중 가장 활발히 거래돼 시장 금리의 선행 지표로 간주된다.

국채 30년물 금리 상승의 둔화 자체는 심각한 문제를 나타내는 신호로 보기 어렵다. 시장분할가설(채권 시장이 만기에 따라 여러 군으로 나뉘며, 각 시장에는 서로 다른 수요와 공급이 존재한다는 가설)에 따르면, 30년 같은 초장기물 국채 금리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의 꾸준한 수요로 움직이며, 원래 정책금리나 물가 및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3년물 금리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며 10년물 금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물은 경기 전망을 가장 많이 반영하는 국채다. 이 때문에 10년물-3년물 국채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국채 10년물-3년물 금리 차는 0.119%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지난 달 11일까지만 해도 0.445%포인트를 기록했으나 한 달 새 대폭 줄어든 모양새다. 10년물 금리(2.7%→3.305%)보다 3년물 금리(2.255%→3.186%)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후보자./뉴스1

◇ "10년물 금리도 역전될 것…성장주 수혜? 현 상황에 해당 안 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30년물에 이어 10년물 금리도 단기물에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양주원 미래에셋증권 해외채권트레이딩팀장은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총재가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추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리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및 장단기물 스프레드(금리 차) 축소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로 하방 압력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 달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내렸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째 하락해왔다. 시장에서는 이 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의 둔화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 대비 2포인트 내린 83에 그쳤다. BSI는 기업의 경영 현황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100을 하회한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10년물 같은 장기 국채를 팔지 않고 보유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10년물-3년물 금리도 역전시킬 만한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단기물 국채보다는 안전 자산인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10년물을 보유하려는 사람이 많으면 해당 채권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한편, 장기물 금리의 하락이나 상승세 둔화는 통상 성장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이해된다. 성장 기업의 몸값에는 미래의 현금 흐름이 반영된다. 이 때문에 장기물 금리(할인율)가 낮아지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은 덜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성장주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책금리가 오르면 장기물 금리 역시 단기물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방 압력을 받는다"며 "지금의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는 3년물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스프레드 축소 국면에서 성장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론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현재 채권 시장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2년 내 경기가 상당히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장기물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이는 미래 성장성이 낮아서 하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주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