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특례기업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늘어나 전체 상장 기업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실제 경영 성과 대신 기술이나 사업 모델, 성장성을 평가해 상장시키는 특례 제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공시에 따르면 2020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전체 신규 상장 기업 65개 중 26개(40%) 기업이 특례 상장 기업이었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전체 75개 중 36개(48%)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 현재까지 22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고 특례 상장 기업은 벌써 9개(41%)에 달한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황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국내 증시에는 연간 70~80개 수준의 신규 상장이 이뤄졌다. 2018년 이후부터는 코스닥 시장에 다양한 특례 제도가 적용되면서 특례 상장 기업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상장 요건은 크게 일반 기업과 기술성장 기업으로 나뉜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는 수익성·매출액과 시장평가·성장성(이익미실현기업/테슬라 요건)에 대해 평가한다. 기술성장기업은 기술전문평가와 사업모델전문평가, 성장성 추천 등에 대해 심사한다.

올 들어 케이옥션(102370), 애드바이오텍(179530), 이지트로닉스(377330), 스코넥(276040),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 퓨런티어(370090), 풍원정밀(371950), 노을(376930), 모아데이타(288980) 등이 줄줄이 특례로 상장했다. 이중 케이옥션 만이 일반 기업 중 시장 평가·성장성(이익미실현기업) 측면에서 특례로 상장했고 나머지 8개 기업들은 모두 전문평가(기술) 측면에서 특례 상장을 통과했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현재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 29개 중 19개 기업이 최근 2년간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이라 향후 특례 상장 기업의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상장 요건에 기반한 특례 상장은 증권거래소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지만, 현재 적용 기업수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상황이라 판단한다"면서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저런 사연이 많은 기업들이 특례 상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또 "미국 증시 역시 적자 기업의 IPO 비중이 '2000년 닷컴 버블' 시절만큼 급증한 것도 주목해해야 한다"면서 "국내와 상장 제도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실적 요건보다는 기술 및 기업의 성장성과 시장 평가에 의존한 기업들의 신규 상장이 모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최근 들어 한국거래소의 특례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바이오 기업들의 특례 상장이 많았지만 이들 기업의 상장 후 실제 주가 흐름 좋지 않았고 이후 거시 경제 흐름이 나빠진 것도 특례 상장이 어려워지는 데 한몫 했다.

유경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까지만 해도 특례 상장이 쉬운 편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상장 승인 기준이 빡빡해졌다"면서 "올해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지난해부터 특례 상장을 신청했지만 아직 통과하지 못한 기업들이 연내 많이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