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일 년 만에 50배 가까이 증가한 2조원대를 기록했다.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국내 경쟁업체는 물론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순이익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28일 비트코인 시세 화면. /뉴스1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두나무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2411억원으로 한 해 전(477억원)보다 4668% 증가했다. 일 년 만에 순이익이 50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3조7046억원)과 영업이익(3조2714억원)은 각각 20배, 37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세가 급변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자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주식시장과 비슷하게 지수가 변동성을 보이는 구간에선 거래량이 증가하고,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 거래량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일 평균 거래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코스닥 일 평균 거래대금(11조85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평균 변동성(MDD)은 65%로 유가증권 시장(14.8%)보다 4.4배는 높았다. MDD는 고점 대비 최대 하락률(손실폭)을 의미한다.

거래소 입장에선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투자자가 몰릴수록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많아진다. 이때 가상자산의 매매 수수료율은 평균 0.17%로 주식 매매 수수료율(0.0027%)의 62.9배 수준이다. 업계 1위 업비트의 수수료율은 0.05%로 낮은 편이지만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0.014%) 등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다.

실제로 지난해 두나무 수수료 수입은 3조6850억원으로 한 해 전(1657억원)보다 20배 넘게 늘었다. 두나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47%로 사실상 수수료 수입이 회사의 매출 전부였다고 볼 수 있다. 수수료를 제외한 영업 등 서비스 매출도 77.7% 증가했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96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국내외 경쟁업체 실적도 큰 폭 증가했지만, 순이익 증가율로 비교하면 두나무(4668%)에 모두 못 미쳤다. 지난해 빗썸코리아의 순이익은 1276억원에서 6483억원으로 408% 증가했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7821억원을 기록했다. 재작년 기준 빗썸코리아(1276억원)와 두나무(477억원) 순이익 2배 이상 차이가 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36억2400만달러(한화 약 4조4068억원)로 2020년(3억2200만달러, 약 3891억원)보다 1025%(10배) 증가했다. 단순 금액으로만 비교하면 코인베이스의 순이익이 두나무보다 두 배는 더 많다. 지난해 코인베이스 매출은 약 9조원에 육박하는 74억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역대급 실적에 두나무 임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3억9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형 증권사 평균 연봉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인당 평균 연봉은 순서대로 1억5800만원, 1억5475만원, 1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두나무 임원 2명은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