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사들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가운데는 판사와 검사, 경찰 고위직 출신 인사가 76명이나 포함됐다. 일부 고위 인사는 2개 이상의 상장사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높은 대우를 받으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을뿐 아니라 상장사가 법률적 문제에 당면하면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어 사외이사로서 인기가 있다.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출신 역시 기업 경영인들이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인기 직업군이다. 인재 풀이 워낙 넓은 데다 세무조사 등 기업에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이들이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 김용덕 전 대법관·김용헌 전 헌재 사무처장 등 선임…경찰 고위직 출신도 5명

판검사 출신으로 상장사 사외이사가 된 대표적인 인물은 한미사이언스(008930)에 영입된 김용덕 전 대법관이다.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차관급에 해당하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대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미 검찰 고위직 출신(신유철 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고위 법관 출신 인사까지 영입해, 강력한 이사진을 꾸리게 됐다.

KT(030200)는 판사 출신 중에서도 장관급 고위 인사를 영입했다.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장관급)을 신임 사외이사로 앉혔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1994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으며, 국무위원 대우를 받는다. 김 전 처장은 현재 HJ중공업(097230)에서도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판사 출신 신임 사외이사 중 차관급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8명이 있다. 특히 성낙송 전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사법연수원장은 롯데정밀화학(004000)오뚜기(007310) 등 2개사에 동시에 적을 두게 됐다. 성 전 원장은 앞서 지난 2020년부터 2년 간 롯데하이마트(071840)의 사외이사로도 재직한 바 있다.

검사 출신 중에서는 장관(급) 고위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먼저 대신증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을, 호텔신라(008770)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장관이었던 김현웅 법무법인 바른 대표번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카드(029780)는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영입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신인 조각가로 데뷔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최혜리 전 서울가정법원 판사가 삼성증권(016360) 사외이사로 선임돼, 호텔신라에 영입된 김현웅 전 장관까지 총 세 명의 판검사 출신 인사가 삼성그룹 신임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왼쪽부터) 김용덕 전 대법관,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 김준규 전 검찰총장. /조선DB

차관급 검사 출신 인사는 11명이 신임 사외이사가 됐다. 풍산(103140)에 영입된 황희철 전 법무부차관의 경우 현재 뉴옵틱스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2개 상장사의 이사직을 겸직하게 됐다. 조성욱 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은 LG에 이어 쌍용씨앤이 사외이사를 맡게 됐으며, 크리스에프앤씨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이상호 전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계룡건설산업의 이사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안영욱 전 법무연수원장, 공상훈 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도 각각 2개 상장사에 중복으로 근무하게 됐다.

판검사뿐 아니라 고위 경찰 출신 인사도 5명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택순 전 경찰청장은 실리콘투(257720)의 사외이사가 됐으며,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는 남광토건(001260)에 영입됐다. 김 전 총재는 현재 오리온홀딩스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 국세청 출신 34명 중 6명, 3대 로펌에도 몸 담아…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등도 '러브콜'

국세청과 세무서 출신 인사도 상장사들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지방국세청장 12명을 포함해 국세청 출신 34명이 올해 신임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인사는 4명이 포함됐다. 전형수 전 청장이 부광약품에, 오대식 전 청장이 빙그레에 영입됐다. 김재웅 전 청장과 조홍희 전 청장은 각각 대우건설, 메리츠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서울지방국세청장과 동일한 직급인 중부지방국세청장·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 인사는 4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용준·심달훈·왕기현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각각 SK디스커버리·삼화페인트공업·팬엔터테인먼트에 영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HDC현대EP(089470)의 선택을 받았다.

지방국세청장 출신 중에는 대형 법무법인에 몸담고 있거나 다른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인사도 여러 명 포함됐다. 국세청 출신 인사 34명 가운데 6명이 김앤장·태평양·광장 등 국내 3대 로펌에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심달훈 전 청장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금융위 및 금감원 출신 인사는 15명이 상장사 사외이사진으로 새롭게 영입됐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장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한미글로벌(053690)의 사외이사가 됐다.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외환은행장을 지낸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은 DB에 영입됐다. 옛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금감원 감사를 지낸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사조오양(006090) 사외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