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회 의장이 5월 중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매파적 기조를 강화했지만, 지난주(3월21~25일) 국내 증시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한 주 동안 등락을 반복하다가 22.96포인트(0.85%) 상승한 2729.9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1.27%(11.73포인트) 오른 934.69에 거래를 마쳤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 동안 국내 기관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8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7257억원, 외국인은 303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국내 기관의 매도세는 삼성전자(005930)에 몰렸다. 한 주 동안 기관이 시장에 내놓은 삼성전자 주식은 1조5947억원 어치에 달한다. 그 외에 삼성에스디에스(018260)(삼성SDS)(3128억원), SK하이닉스(000660)(1319억원) 순으로 많이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급락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22일 삼성SDS 주식 301만8860주를 처분해 1900억원을 확보했는데, 이날 주가가 7.14% 내렸다. 이어 24일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한 1조372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이 블록딜을 통해 처분됐다. 이날 회사 주가는 1% 가까이 하락하며 7만원선을 내줬다.

이번주(3월28~4월1일) 국내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미국의 경제 지표에 영향을 받으며 개별 종목 중심의 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한편, 미국의 고용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 지표의 개선 정도에 따라 향후 미 연준의 긴축 강도 및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각국 행보 변화 주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성이 커졌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외 국가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23일(현지 시각)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제품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 조치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현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국가들에 대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러시아 수출 제재와 경제 압박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큰 만큼, 이번 관세 면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연합(UN)은 24일(현지 시각) 미 뉴욕 본부에서 긴급 특별 총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음을 명시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찬성 140표, 반대 5표, 기권 38표로 채택됐다. 우리나라도 찬성표를 던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 美 고용 지표 주목해야…연준 긴축 속도 가늠할 지표

이번주에는 미국의 고용 회복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된다. 29일에는 2월 구인구직(JOLTs)보고서가 발표되고, 30일에는 미국 노동 시장 분석 기관인 ADP가 3월 신규 취업자 수를 발표한다. 4월 1일에는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고용, 3월 실업률 등이 발표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최근 미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빅스텝(Big Step)' 발언으로 시장의 긴축 부담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용 회복세는 연준의 매파적 수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라고 분석했다.

정 상무는 이어 "미국 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진정됨에 따라 노동 인구의 고용 시장 복귀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자발적 퇴사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고용 수급 불안 및 인플레이션 부담 지속에 고용 임금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불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발적 퇴사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목할 지표는 서비스업의 고용과 임금 상승률"이라며 "만약 고용이 예상을 뛰어넘고 임금도 안정된다면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오를 종목은 오른다" 개별 종목에 집중할 때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개별 종목 중심의 장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지난주에는 사료 업체 현대사료(016790)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바이오 업체와의 합병설이 나오자, 한 주 간 주가가 270% 올랐다. 이어 한일사료(005860)(80%), 렌딩머신(79%), 화성산업(64%), 일성건설(013360)(52.96%)이 많이 올랐으며, 로봇 관련주와 수산주도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어느 정도 멈췄지만, 매크로(거시) 환경이 주가지수의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며 "지수의 V자 반등보다는 종목 중심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주가 하락폭이 지나치게 큰 종목과 모빌리티 관련주,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및 새 정부의 정책 관련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평균 상승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올랐으면서 현 시장 상황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관련주, 엔데믹 전환 관련주, 낙폭 과대 성장주를 추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주도 지수가 지난주처럼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증시가 하락할 때도 '오르는 종목은 오르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지수보다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안보와 에너지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저성장에 덜 민감한 종목들을 지켜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