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은 참혹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민간 기업들의 힘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자사 초고속 인터넷망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이용해 인터넷망이 끊긴 우크라이나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했다. 스타링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이 없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은 전 세계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맥사(Maxar) 테크놀로지가 지난 16일 공개한 우크라이나 도시 수미의 위성사진.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파괴돼 있다. /AFP·연합뉴스

또 다른 민간 기업의 활약 중 하나는 맥사(Maxar) 테크놀로지의 위성 서비스다. 미국의 위성 기업인 맥사 테크놀로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사진을 촬영해 공개함으로써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대표적인 사진은 지난 9일 맥사 테크놀로지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시를 촬영한 사진이다. 맥사 테크놀로지는 이곳 아파트와 주택, 쇼핑센터 등이 파괴된 사진을 찍어 침공 전 사진과 함께 공개해 많은 이들의 공분(公憤)을 불러왔다. 이제 전쟁 등 국가 간의 분쟁 상황에 대한 정보도 각국 정보기관에서만 수집되는 것이 아니고 민간 기업에서도 시시각각으로 취합돼서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는 시대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민간 위성의 활약상은 투자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위성에서 제공되는 사진과 동영상 등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이유로 소비하는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성을 이용해 이미지(동영상 포함) 등 정보를 제공하는 산업을 'Earth Intelligence'라고 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맥사 테크놀로지의 서비스를 이미 20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하고 있는 특정 지역의 지리를 위성으로 분석하는 산업의 시장 가치는 지난해 기준 91억 달러(약 11조965억원) 정도였지만 2026년에는 375억 달러(약 45조727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블룸버그 등은 분석하고 있다. 매년 연평균 32.8%씩 산업이 커진다는 의미다.

맥사 테크놀로지는 올해 중순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해 새로운 위성인 'WorldView Legion'을 발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맥사 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41.8달러까지 높인 상태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고 있는 맥사 테크놀로지의 주가는 30달러선(17일 종가 34.78달러)이다.

쎄트렉아이 저궤도 지구관측위성. /쎄트렉아이 제공

국내 기업 중에서 맥사 테크놀로지와 비슷한 사업 영역을 보유한 곳은 쎄트렉아이(099320)다.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위성'을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원들이 1999년 설립한 기업이다. 현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30%(전환사채 포함)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쎄트렉아이는 현재 고해상도의 상용 지구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티'를 개발 중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는 쎄트렉아이의 자회사인 SI이미징서비스(SIIS)에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주변국 위성 이미지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인된 민간 위성 기업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위성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