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긴축의 서막이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선포하고 2년 간 전세계에 풀어놓은 달러화를 거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동유럽 끝자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휴전 협정을 맺을 듯 하다가도 다시 총성을 높이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선진국들의 경제 제재 포화에 휘청이며 디폴트(채무불이행)의 문턱에 서있고, 이는 강달러에 기름을 부어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주요 도시를 봉쇄하며 공급망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모든 일이 지금 이 순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너무나도 많은 매크로(거시) 이슈에 우리 증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조차 코스피지수의 향방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고 말하는 상황에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과연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최근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테마주 천하'가 계속되고 있다. 마침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벤트'를 겪는 바람에 갈 곳 없던 개미들의 돈이 윤석열 당선인 테마주로 몰렸다. 당선인의 공약 및 정책 수혜주뿐 아니라 작년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파평윤씨' 테마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디 당선인 테마주 뿐인가. 대선에서 끝까지 윤 당선인과 경쟁했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테마주도 오랜만에 다시 요동쳤고, 대통령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관련주들도 며칠 내내 주가 상승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쯤 되면 호재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사기 위해 호재를 만드는' 테마주 투자의 고질적 문제가 극에 달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마다 테마주에 돈이 몰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처음 상륙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치료제와 진단키트를 만드는 회사는 물론 '언젠가 만들 수도 있는' 회사까지 주가가 무더기로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하락장에서 테마주에 올라타는 것만큼 위험한 투자도 없다. 평범한 개인 투자자가 '정보'를 접했을 때는 이미 주가 조정 세력이 들어와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테마주를 추천해주겠다며 무작위로 보내온 '부자 아빠', '신부자 아빠'의 문자 메시지는 개미를 희생양 삼아 차익을 거두고 나가려는 세력의 위험한 유혹이다.

실제로 이 전 지사 테마주로 잘 알려진 E사 주식은 지난 14일 장중 한때 20% 가까이 급등한 직후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상한가까지 오를 것을 기대하며 섣불리 뛰어든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을 것이다. 테마주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 지, 언제가 매도 시점인 지는 주가를 조종하는 세력 외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어지러운 장일 수록 테마주에 뛰어들기보다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들을 눈여겨보라고 말한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낮은 종목들이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음에도 이익 모멘텀(동력)이 크고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들은 꾸준히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호실적과 저평가가 함께 부각되는 종목이 앞으로도 안정적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HMM(011200), GS(078930), 유니드(014830), JB금융지주(175330) 등을 고실적 저평가 종목으로 꼽았다. 그 외에도 DB하이텍(000990), LG(003550), 씨젠(096530), LX인터내셔널(001120), 한국가스공사(036460), 키움증권(039490) 등이 추천주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