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3월 7~11일) 국내 증시는 불확실성 속에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주 초반까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며 코스피지수가 하락곡선을 그렸으나, 제20대 대통령선거로 휴장한 다음 날(10일)에는 2% 넘게 반등했다.
한 주 간 국내외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강한 매도세를 지속했다. 외국계 기관은 2조8000억원을, 국내 기관은 1조1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가 3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증시 하락을 방어했다.
개인의 매수세는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005930)를 1조4000억원 순매수했으며, SK하이닉스(000660)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각각 3800억원, 270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과하다고 인식해 지수 반등을 기대하며 비중이 큰 대형주를 주로 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개인과 국내외 기관의 '동상이몽'은 한 주 동안 계속됐다. 개인이 대량 매수세를 지속하는 동안 국내 기관은 5200억원을, 외국인은 9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가는 7만원선에서 지지부진한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8일 장중 한때는 6만87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13일(장중 최저가 6만8300원)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번주(3월 14~18일)는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가운데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주가지수의 향방을 섣불리 추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여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위기에 놓이자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상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양국 간 협의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5~16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회의도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일 요인이다. 기준금리는 '25bp 인상'이 매우 유력하나,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이 물가 상승률 등 경제 여건과 올해 금리 인상 예상 횟수 등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간 주도 부동산 공급 관련주, 원전 관련주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 있는 종목들이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러·우크라 휴전 협상 지지부진…러 디폴트 위기, 코스피에 악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는 한 달 넘게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양측이 휴전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와 협상이 결렬됐다는 뉴스가 번갈아 나오며 투자 심리가 요동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요구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를 수용할 여지를 내비쳤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지금 할 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고, 나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제시한 영토 및 독립국 문제에 대해 대화할 의지도 시사했다. 당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독립국 인정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둘 다 버틸 여력이 얼마 없는 만큼, 이번 사태는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리스크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외무부장관이 지난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1시간 가량 회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및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떨어졌고, 11일 코스피지수도 0.71% 하락 마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신흥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포춘지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7일 러시아가 이르면 다음 달 15일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높이고 경기가 악화함에 따라, 2023년과 2043년 만기 도래가 예정된 달러화 채권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은행들은 오는 13일부터 러시아 은행 7개를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8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 국채의 디폴트 시, 국제 금융 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신흥국 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증시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美 연준, 기준금리 25bp 높일 듯…국내 원전·건설株 수혜 기대
오는 15~16일에는 미 FOMC의 3월 회의가 열린다. 16일 회의가 종료되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25bp가 유력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2일 미 의회에 출석해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전세계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연준이 3월 금리를 50bp로 대폭 인상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3월 기준금리 인상 폭이 생각보다 작더라도, 연준이 향후 긴축 강도를 높일 여지는 충분하다. 10일 미 노동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9% 급등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2년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8%)도 뛰어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도 물가 급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긴축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을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하되,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의 규모를 더 빠르게 줄이기로 했다. APP 매입은 이르면 3분기 중 종료될 수 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올해 양적완화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 횟수, 인상 폭에 대해 언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의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미리 명시한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던 만큼, 이번 FOMC 이후에도 예상보다 구체적인 의견이나 전망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2.21%, 2.18% 급등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정권 교체 후 새로운 정책 모멘텀(동력)이 지속되며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가 증시 자체에 대한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우나, 윤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된 일부 업종과 종목에는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원전 관련주와 가상자산 관련주, 민간 주도 재건축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형 건설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만큼 반등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가 지나치게 낮아졌던 때를 제외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대폭 밑돈 적이 없다"며 "1월 말 기준으로 PBR 1배는 코스피 2600 수준이기 때문에, 증시가 현 수준에서 추가 하락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