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주식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우리 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대적인 긴축 예고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연일 고전하고 있는 만큼,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자본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 지 주시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래픽=손민균

'대선 효과'가 증시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 정부와의 '허니문 랠리'가 최근 정권으로 올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이번에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우리 주식시장이 거시 경제 이슈보다는 새로운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이 투자 심리를 환기할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15~19대 선거 후 3개월, 코스피 0.5% 상승 그쳐

주식시장이 새 정부의 출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들은 과거 대선 이후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근거로 든다.

9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15~19대 대선 직후 3개월 간 코스피지수의 평균 상승률은 0.5%였다.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후인 1998년으로 당시 코스피지수는 대선 후 3개월 동안 32.5%가 올랐다. 다만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직후였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랠리를 이끌었다는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상승률을 제외하면, 나머지 네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평균 등락률은 -7.5%다. 대선 이후 증시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취임 직후 코스피지수의 강세는 과거에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일뿐, 최근으로 올수록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상승장이 나타났던 사례들도 새 대통령의 경기 부양이나 정책 기대감 때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경기 호조 등 우호적인 증시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좀 더 단기적으로 봐도 대선 후 증시가 뚜렷하게 오른 경우는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거 다음날 코스피지수의 등락률은 16대 대선(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대선 직후 2주 간 증시 흐름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 자체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박 연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금융 위기로 글로벌 자유 무역이 해체되기 시작했을 때 정권을 잡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성장 시기에 취임했다"며 "주가 등락률은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와 글로벌 교역 여건을 반영할뿐, 권력을 잡은 정치 집단의 성향으로부터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당선 후 3개월 간 코스피지수는 각각 12%, 2% 하락했다.

특히 현 상황에서는 대선 효과로 인한 증시의 랠리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과거에는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해도 미국이 개입하면 불확실성이 금방 해소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장기화하며 '신냉전'에 대한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문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3월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생산 비용이 높아지며 경기 전망도 나빠지고 있어 대선 효과를 생각하며 섣불리 투자하기엔 매우 위험한 시기"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방송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매크로 이슈 영향 줄어…대선 효과, 오히려 증폭될 것"

반면 대선으로 인한 증시 랠리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우크라이나 악재로 금리 인상과 긴축 같은 매크로 이슈의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반영되기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원자재 값 상승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며, 미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긴축에 나서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개별 기업 또는 산업에 긍정적인 정책을 펴면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작년 말부터 우리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안 좋았던 가장 큰 이유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정책이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며 그런 매크로 요인이 오히려 잠잠해졌다"며 "증시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숲'보다는 '나무(개별 기업의 실적)'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달 중순까지 연일 급등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이후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올 들어 2월 15일까지 114%나 오르며 1.6%를 넘었지만, 이후 현재까지 1.3~1.6%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윤 본부장은 "주식시장이 매크로 이슈로 인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호재로 인식될 여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책 변화 모멘텀(동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근 연구원도 일부 업종들은 대선 효과에 힘입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새 행정부가 관심을 두고 지원하려는 업종은 전체 주가지수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나타낸다"며 "대선과 주식시장을 연결 짓기 위해서는 각 정당과 후보자가 가진 생각을 어떤 공약과 정책으로 구체화할 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