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이후 '원격'이라는 단어는 우리 생활에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의료 산업에도 원격 바람이 불었다. 아마존 등 대기업도 원격의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월가에서는 원격의료 산업에서 선두 주자를 달리고 있는 텔라닥 헬스케어(TDOC, 텔라닥)에 주목하고 있다.
텔라닥은 2002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원격진료 관련 기업이다. 현재 3000명이 넘는 의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450개의 의료 전문 분야에 5만5000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독감, 결막염 등 경미한 병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급성 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을 커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아크인베스트먼트와 뱅가드가 텔라닥의 지분을 각각 11.8%, 8% 가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 텔라닥에 가입한 사람은 7850만명이다. 이 가운데 유료 멤버십 가입자 수는 5360만명으로 집계됐다. 만성 케어 프로그램 중 하나 이상을 등록한 회원수는 72만900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유료 회원수 당 평균 매출은 2.49달러로 전 분기(2.40달러)와 전년 동기(1.63달러) 대비 개선됐다.
텔라닥은 지난 5년 간 연평균 72.14%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적도 양호했다. 텔라닥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한 5억5400만 달러(약 6673억원)를 기록했다.
전세계 원격 의료 시장의 전망은 밝다. 지난 2020년 원격의료 시장의 총 규모가 402억 달러였는데 오는 2030년까지 43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범위를 미국으로 좁혀서 본다면 미국의 현재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8억1300만 달러로, 오는 2026년까지 연 평균 32% 성장을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세가 무색하게 텔라닥의 주가는 지난해 초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2월 300달러까지 치솟았던 텔라닥 주가는 현재 4분의 1 수준인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 등 대기업들이 원격의료 산업에 뛰어들었고, 엔데믹 가능성으로 거리두기도 점차 완화됨에 따라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텔라닥의 주가가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 전문매체 팁랭크스(Tipranks)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텔라닥의 평균 목표가는 102.81 달러로 45%가 넘는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팁랭크스는 텔라닥의 주가가 매우 저평가돼있으며 이유없이 폭락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텔라닥의 평균 목표 주가를 130.9달러로 제시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둔화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아마존과 기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은 원격 의료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텔라닥은 아마존 대비 서비스, 의사 네트워크, 파트너십,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텔라닥은 원격의료 및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1위 업체로서 선점 효과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중증질환 관리 서비스 업체 '리봉고' 인수 효과가 본격화하는데다 만성질환 및 정신건강 케어 서비스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기간 폭발적이었던 멤버십 및 진료 성장 하향 안정화는 이미 인지된 부분"이라면서 "신규 서비스 출시 등 텔라닥은 다양한 장기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경쟁 심화 우려가 존재하지만 원격의료 선도 기업 지위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격의료 산업의 경쟁심화 우려가 존재하지만 텔라닥 수준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