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감돌자 글로벌 증시에는 파란 물결이 퍼졌지만 그 가운데서 꿋꿋하게 빨간불을 뽐내는 기업이 있다. 미국 최대의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Alcoa)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개장날인 1월 3일부터 이달 22일(현지 시각)까지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코아의 주가는 23% 급등했다. 이 기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8% 하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0%, 16%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알코아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알루미늄 업체다. 최종 제품 알루미늄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7위에 올라있다.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알코아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장 초반에는 주가가 80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다시 세웠다.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공급 차질 우려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비철금속 가운데 공급 차질에 대한 이슈가 가장 많은 품목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자 알루미늄 가격이 더 올랐다. 미국 지질 조사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세계 알루미늄의 약 5%를 생산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JP모건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업 가운데 알코아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알코아는 상황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코아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1억5200만 달러(약 14조5000억원), 9억4900만 달러(약 1조1320억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1%, 190%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 예상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알코아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추정치를 지난해(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훨씬 웃도는 30억 달러(약 3조5800억원)로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알코아의 목표 주가도 잇달아 상향하는 분위기다. 월가의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크리스 라페미나 애널리스트는 알코아의 목표 주가를 90달러로 제시했다. 블룸버그도 알코아의 최고 목표가를 90달러로 잡았다. 모건스탠리는 알코아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는 78달러로 제시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루미늄의 수급 호조와 더불어 알코아의 주가 역시 견조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제련소의 감산 이슈도 있다"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럽 전력비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제련소 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