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청약을 실시하는 가운데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통상 유상증자로 주식 발행 물량이 증가하면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가는 떨어진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경영 정상화,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관측도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이날부터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 청약을 실시한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에 우선 청약 기회가 주어지고, 여기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날 하루, 구주주 청약은 11일까지 이틀간 받는다. 이후 일반 공모 일자는 15~16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에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모집하는 신주는 총 8287만2900주로 기존 전체 발행 주식 수 15%에 해당한다. 주당 발행가(1만3850원)로 환산하면 1조1477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발행가는 전날 종가(1만7800원) 대비 20% 낮은 수준인데 지난달과 이달에 결정된 1차 발행가액(1만6000원), 2차 발행가액(1만3850원) 중 낮은 쪽으로 확정됐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악재로 받아들인다. 최근에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두산중공업 주가는 유상증자 확정 발표 이후 꾸준히 낙폭을 키웠다. 지난해 11월 12일 장중 2만6108원에 최고가를 형성한 주가는 지난달 25일에는 장중 한때 1만7100원까지 떨어지며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 등락률은 약 34%다.
이동헌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유상증자 자체가) 주가에 긍정적인 이슈는 아니다"라며 "주주 가치 희석을 감당하면서까지 굳이 신주 청약을 원치 않는 주주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가가 기존 주가보다 20% 낮은 수준으로 정해진 상황에 유상증자로 인한 할인이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이번 유상증자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 만큼 단기적인 조정만 거치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두산중공업이 2020년 유동성 위기로 유지해온 산업은행 주축의 채권단 체제를 졸업하고 나면, 신사업 투자 등을 토대로 성장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사실상 정상화의 마지막 수순에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며 "산업은행 대여 자금을 모두 갚고,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업할 때 회사가 지닌 성장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상증자 충격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정상화 기대가 반영되는 일만 남았다고 보는 주주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두산그룹 전체뿐 아니라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도 유상증자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라며 "차입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재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구주주 청약에서 신주 대부분이 배정되겠지만, 만약 실권주가 발생해 일반투자자가 청약에 나설 경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전망이다. 발행가 자체가 워낙 낮게 책정됐기 때문에 구주주처럼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적다. 주관사로 참여한 증권사들이 주주 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권주 전량을 인수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도 주목 받았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달 4일 두산중공업 임원 10여명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사주조합 청약을 앞두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는 기회로 판단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