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48포인트(1.67%) 오른 2707.82에 거래를 마쳤다./연합뉴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4일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750선에서 마감했다. 미국발 긴축 공포의 일시적 완화와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에 힘입어 증시는 반등했다. 설 연휴기간 동안 ‘메타(옛 페이스북)’ 어닝 쇼크로 인해 미국 뉴욕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다만 아마존의 4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향후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는 경기와 통화정책 간의 엇갈린 흐름은 지속되고 있어 향후 국내 증시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국내 증시의 불안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 이후 2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 외인·기관 매수세에 반등한 지난주 증시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44포인트(1.57%) 오른 2750.2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장중 2600선 아래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부터 3거래일 연속 반등해 135.77포인트를 복구했다.

외국인도 이날까지 이틀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840억원) 대비 약 2배가 넘는 1900억원을 사들였다. 기관은 21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410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27포인트(1.26%) 오른 902.87로 마감하며 900선에 안착했다.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넘긴 것은 지난 1월 24일 이후 6거래일 만이다.

미국 증시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어닝 쇼크’로 이 회사의 주가가 26% 이상 폭락한 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일(현지 시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 가까이 가라앉았다. 메타의 작년 4분기 실적과 1분기 전망치가 시장 기대를 밑돈 것을 계기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 같은 메타발(發) 공포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퀄컴 등이 일시적 하락을 보였다. 하지만 아마존이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사업에 힘입어 매출이 예상을 상회했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는 다소 안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주가는 3일(현지 시각) 7.8% 하락한 채 마감했지만,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9%까지 폭등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인 스냅과 핀터레스트도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올라 메타 주식 폭락으로 일어난 시장의 공포를 누그러뜨렸다.

미 텍사스주 미드랜드의 석유 시추 장면. / AP·연합뉴스

◇국내 증시, 이달 2차 하락 가능성 커

이번 주 국내 증시의 상승 요인은 정부 내수부양책, 대선 공약 정책 기대감 등이 꼽힌다. 반면 미 연준과 영란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는 국내 증시의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지난 3일(현지 시각)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에 3년여 만에 첫 인상을 단행한 뒤 2번 연속 금리를 올렸다. 연이어 금리를 올리는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BOE는 또 만기 채권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보유채권 규모를 줄이면서 8950억파운드(1460조원) 규모 양적 완화 프로그램 종료에 들어갈 것이란 신호를 줬다.

미 연준 긴축 전망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도 한국 증시의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 밴드로 2600~2780선을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설 연휴기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발언으로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장참여자들이 연준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도 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에서 두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배럴당 100달러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증시의 낙폭이 확대됐고, 나스닥지수가 메타 플랫폼 급락과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인 행보의 영향으로 하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종목들의 경우에는 대선 공약 등 정책과 관련돼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이 개최됐고, 향후 3차례 더 개최될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대선 정책 수혜주, 2월 중순까지 집행될 추가경정예산의 영향을 받을 내수 소비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재고 재축적 사이클을 대비한 대형 경기민감 수출주를 사모으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이번주 주요 관심 업종으로 반도체, 자동차, 의류, 유통, 신재생, 원전주 등을 꼽는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고 있어 단기간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달 국내 증시의 2차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재까지 코스피200에 속하는 기업들 중 58곳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순이익은 컨센서스를 14.5% 하회(합산 기준)했다. 순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한 기업 수는 74%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기술적 반등은 중기 하락추세 속에서의 흐름”이라며 “이달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폭증으로 인한 경제지표 부진이 불가피하고, 통화정책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기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라 국내 증시가 2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