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국채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가 연일 축소되며 전세계 금융 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통상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데, 미래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장기 금리가 하락하거나 단기 금리보다 덜 오르면 스프레드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스프레드 축소 현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금융 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스프레드 축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반면, 현재 단기 금리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가 이미 반영돼있어 단기 금리가 추가 급등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작아질 때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의 성장주 반등은 스프레드 축소와 연결 짓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 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금을 확보하고 관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그래픽=손민균

◇ "美 따라 한국도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 vs "단기물, 오를 만큼 올랐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0.62%포인트였다. 한 달 전인 1월 3일(0.85%포인트)보다 0.2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통상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에 함께 오르기 마련이나, 향후 경기와 물가에 대한 전망도 같이 반영한다. 금리는 경제 성장률과 물가를 더한 값이다. 미래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 물가 전망치도 함께 낮아지며, 결국 장기 금리는 하향 조정된다. 여기에는 수급 요인도 작용한다.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 안전 자산인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는 국채 가격의 상승과 금리(할인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단기 국채 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계산할 때 보통 미국은 2년물, 한국은 3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미국의 경우 최근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5회 이상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며 2년물 금리가 빠르게 치솟았고, 스프레드가 급속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오창섭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 투자자들의 심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먼저 상승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기준금리와 함께 오른다"며 "이 때문에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에는 장단기 스프레드가 좁아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의 축소는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경우가 많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쌓여 경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장기 금리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장단기물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장단기 금리차가 계속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낳고, 이는 결국 장기 금리의 하락 또는 상승폭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픽=손민균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28일 기준으로 한국 국채 10년물과 3년물 스프레드는 0.397%포인트였다. 이는 같은 달 6일(0.468%포인트)과 비교해 0.071%포인트 낮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추경이 경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 상무는 "추경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반영돼있으며, 이 예산은 대선이 아니어도 어차피 지출돼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동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20년이나 30년물 같은 초장기 채권의 경우 수익률이 뒤집히는 경우가 간혹 나타나지만, 10년물 금리가 1년물이나 3년물 금리에 역전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그러려면 경기가 심하게 나빠질 정도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단기 국채 스프레드가 현 수준에서 더 축소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승 KB증권 채권운용부장(이사)은 "스프레드가 어느 정도로 더 축소될 지 예상하려면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수 있을 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이미 기준금리를 세 번 인상했기 때문에 추가로 올려봤자 1~2번 더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현재 3년물 금리에는 이미 기준금리가 2%인 상황이 반영돼있어, 단기물 금리가 더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 장기물 금리도 같이 오를 때는 성장주 투자 무의미

증권 업계에는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시기에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 성장 기업의 주가에는 미래의 현금흐름이 반영돼있는데, 차입을 일으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장기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 현 주가의 할인율도 낮아져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는 성장주 투자에 우호적인 여건이 못 된다. 최 부문장은 "현재 스프레드가 작아지고 있긴 해도, 이는 장기물 금리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단기물 금리에 비해 '덜 오르는' 상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장기물, 단기물 금리 모두 우상향하는 만큼, 성장주의 매력이 부각되긴 어렵다는 얘기다.

최 부문장은 "최근 나스닥지수가 많이 오르고 성장주가 급등했지만, 이는 스프레드가 축소돼서라기보다는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테슬라 같은 오늘날의 대표적인 성장주들은 향후 성장성 뿐 아니라 현재 실적도 좋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에 반등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면 안 된다"며 "현재는 금리를 올리며 디레버리지(부채 축소)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코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상무 역시 "지금 같은 시기에는 6개월~1년 단위로 장기 투자를 하지 않을 바에야 현금을 잘 갖고 유동성을 관리하는 편이 가장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