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투자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일부 지역에 대한 고강도 봉쇄 조치가 시행됐다.
대내외 악재가 불거지자 우리 증시는 이른바 '연초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연초 효과란 1월 주식 투자 수익률이 다른 달과 비교해 양호하다는 계절별 통계에서 나온 개념이다. 1월 첫째주 코스피지수는 3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2920.53까지 내렸다.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일주일 간 10% 가까이 급등했던 작년 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임인년(壬寅年) 첫주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인 것은 국내 금융 투자 기관의 매도세였다. 국내 금융 투자 기관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조809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12월 29일 배당락 이전에 대량 매수했던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를 1조1500억원, SK하이닉스(000660)를 3000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계 기관은 일주일 간 각각 2조3000억원,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외국인 모두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개인은 그 외에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를, 외국인은 대주주가 지분을 블록딜하며 오버행(출회될 수 있는 과잉 물량) 위험을 해소한 현대글로비스(086280)를 대량 매수했다.
이번주(10~14일)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금통위 결과를 주시하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 오는 11일(현지 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의 청문회를 진행하는데, 이 자리에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그의 입장이 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2월 물가지수가 예상대로 높게 나타난다면 연준의 매파적 입장은 재차 힘을 받게 될 것이다.
14일에는 한국은행의 1월 금통위가 열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기존 1%에서 1.25%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액과 예수금이 어떻게 변할 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LG화학(051910)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 공모 금액만 최대 12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 증시의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파월 청문회, 1월 FOMC 전 연준 방향성 엿볼 수 있는 기회
증권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연임 인준을 위한 청문회에서 긴축 정책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CNBC는 "새로운 뉴스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파월이 지난 수요일 발표된 의사록의 논조를 반복할 가능성이 큰 만큼, 청문회는 다음주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청문회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파월이 이달 말로 예정된 1월 FOMC 전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1월 FOMC에서 위원들은 테이퍼링 속도와 강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지난 5일 공개된 12월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이 금리 인상 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회복된 상태라고 봤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25~54세 노동 인구 비율은 79%를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20년 2월(80.5%)에 근접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3.9%로 반년 전인 6월(5.9%)과 비교해 대폭 낮아졌다.
위원들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당초 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이 끝난 후 일러도 6월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의사록 공개를 통해 연준의 긴축 시계가 한층 빨라진 것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2월 FOMC 의사록에 적힌 재무제표 축소 등 테이퍼링 내용은 막연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굉장히 구체적"이라며 "연준의 목표는 주가지수 부양이 아닌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이기 때문에, (긴축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좀 조정 받더라도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12~13일 발표되는 미국 물가지수는 연준이 긴축의 속도를 올리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12일에는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중국의 12월 CPI와 PPI 역시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진행 중인 테이퍼링 과정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변하며, 그로 인한 실질 금리의 반응과 자산 가격의 방향성이 어떨지를 잘 관찰해야만 연준의 다음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은행, 인플레이션 압력에 기준금리 올릴 것…1.25% 유력"
14일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1%에서 1.25%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1%까지 인상한 상태다.
한 증시 전문가는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만큼 기준금리를 지금 올리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만큼 정치적 변수를 고려하며 눈치를 보는 대신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수준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본부장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 소득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작년 12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을 보면 지금은 물가 상승이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고 부작용만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10년 만의 최고치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석달 연속 3%를 넘었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 대비 3.2% 올랐는데, 이는 2011년 상승률(4.4%) 이후 가장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증시는 오는 11~12일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18~19일 공모 청약을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25만7000~30만원으로, 상단을 기준으로 추산한 공모 금액이 12조7000억원에 달한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70조원을 넘는다. 이 경우 단숨에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어 국내 시총 2위에 오르게 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 '대어(大魚)'의 유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7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3일에는 71조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10거래일 만에 13% 가까이 증가했다. 단기부동자금도 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총액은 6일 156조5011억원을 기록해 지난달 31일(135조9897억원)과 비교해 대폭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위한 대기 자금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윤 본부장은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쓱닷컴 등 큰 기업들이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이라며 "주식 공급 물량은 급증하고 있는데 매수력은 약해지고 있어, 수급 부담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