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개인이 매수세를 지속하며 방어하고 있지만 공매도 물량까지 대량으로 쏟아지며 주가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성장 제한이 카카오뱅크의 발목을 잡는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투자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사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카카오뱅크의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용인해왔으나, 이와 관련된 투자 매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오버행(출회될 수 있는 과잉 물량)에 대한 우려도 카카오뱅크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넷마블·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도로 주가에 타격을 입은 카카오뱅크는 다음 달 상장 후 6개월 의무보유 확약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계열사 카카오페이(377300)의 임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자, 오버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한층 커진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최근 한 달 간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한 달 간 반등해 7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5만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약 4조원이 증발했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기타 법인(금융 기관을 제외한 법인)'의 매도세다. 기타 법인으로 분류되는 주주들은 최근 1개월 간 카카오뱅크 주식 4790억원어치를 팔았다. 순매도액 대부분은 지난해 12월 9일 집계된 금액이다. 이날 하루 동안 기타 법인의 카카오뱅크 주식 순매도 금액은 4810억원에 달했다. 기존 주주였던 넷마블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놓은 지분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공매도 물량도 대거 쏟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카카오뱅크의 공매도액은 134억원을 기록해 일 거래대금(424억원)의 31.8%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액 비중이 30%가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10일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며 공매도를 개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 카카오뱅크의 일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높아야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경영진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도 크게 줄었다. 윤호영 대표는 스톡옵션 52만주를 보유했는데, 이를 5000원에 행사해 상장 초기 최고가(9만4400원)에 매각했다면 465억원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현 주가 수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은 약 260억원에 그친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한 시장의 성장 제한이 카카오뱅크의 주가 반등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 주가는 타 은행주에 비해 매우 높은데, 이는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면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치 덕이었다"며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갈아타기는 어려워졌으며, 거의 신규 가입자를 통해서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중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은 여타 은행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올해 말 예상 실적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90배가 넘는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4~5배 수준이며,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4배가 채 안 된다.
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앞서 지난해 오버행으로 부담을 얻은 상태다. 2016년부터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들여 지분 3.74%를 보유했던 넷마블은 작년 8월 762만주를 판 데 이어 12월 나머지 762만주를 모두 정리했다. 총 매매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지난해 9월 1조원어치에 달하는 지분을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물량 출회 우려는 다음 달 초에 더 커질 전망이다. 오는 2월 6일자로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6개월 의무보유 물량 1326만주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된다. 의무보유 확약은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가한 기관 등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도입된 제도다. 지난해 IPO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3602만주를 배정했는데, 그중 36.81%에 해당하는 1326만주에 6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걸렸다.
그 외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3억1844만주도 6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해제된다. 최대주주 카카오가 보유한 1295만주(27.26%)를 비롯해 2대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1105만주(23.25%), 국민은행 보유 지분 380만주(8.02%), 텐센트 지분 762만주(1.6%) 등이 포함됐다. 대주주나 2대주주가 지분을 팔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해 넷마블이 보유 주식 전량을 팔았듯 보유 지분을 내놓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 관계사인 Keto Holdings의 보유 주식 1064만주,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사모펀드를 통해 보유한 1064만주가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열사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지분 매각은 카카오뱅크 주주들의 우려를 더했다. 앞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은 지난해 말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주식 44만993주를 처분했다. 이를 통해 약 9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