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은 본격화되는 경기 회복 흐름에 힘입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정상화로 금리 상승 우려 등이 맞물리고 있는 만큼 2분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는 점차 둔화할 전망이다.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빅테크주 중에서는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혁신사업에 앞장서는 기업들을 선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각) 마지막 거래일을 하루 앞둔 뉴욕증시는 거래 부진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0.55포인트(0.25%) 내린 36398.0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33포인트(0.30%) 내린 4778.73,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24.65포인트(0.16%) 내린 15741.56에 장을 마감했다. 비록 마지막 주가 되면서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올 한해 주요 지수 모두 20% 넘게 뛰었다.

◇ 엇갈리는 S&P500 전망…최대 변수는 '연준'

내년 상반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예상 범위. /그래픽=이은현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 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P500지수는 5100포인트(P)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동시에 4200P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점쳐졌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제시한 S&P500지수의 상·하단 평균치는 각각 5040, 4550다. 키움증권(4800~5200), KB증권(4230~5240), 한국투자증권(4400~5370)은 연말 기준으로 예상 밴드를 제시했다.

상반기 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5100)를 제시한 곳은 현대차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이연된 경기 회복이 재개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증권은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조 바이든 정부의 투자 확대가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삼성증권은 상반기 밴드 상단 전망치로 5000을 제시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경기와 투자 사이클이 회복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금리 상승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쳤다. 올해처럼 델타, 오미크론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재차 증시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오는 3월까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하며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한 해 동안 기준금리는 3회 인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위원은 4회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상황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금리 인상, 실적 모멘텀에 대한 우려로 주가 상승 폭은 다시 제한될 것"이라며 "긴축 정책으로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범위는 2021년보다 하락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휘곤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경기 재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에서도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가 증시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19개 기관의 연말 기준 S&P지수 전망치 평균은 4950으로 집계됐다. S&P500지수가 195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8.4%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해에는 평균보다 못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 빅테크 올해도 유망…메타버스가 키워드

올해 상반기에도 그간 미 증시를 주도해온 빅테크주가 유망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연준의 통화정책 움직임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 폭을 키워갈 것으로 예상됐다.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 등 경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메타버스 엑스포 2021'에서 한 관람객이 융복합 메타버스 공연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펀더멘털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고 있는 빅테크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며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분할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모빌리티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보유한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주는 강력한 수익성과 현금창출 능력을 통해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핵심 업종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실적 발표 기간을 앞두고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빅테크주 중에서도 애플과 메타를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꼽았다. 두 기업 모두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기기 사업 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애플은 기존 고객 등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메타의 경우 이미 XR 기기 시장 내 점유율이 70%에 달하고,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 출시에도 적극적인 상황이라는 평가다.

일부 전문가는 빅테크주와 같은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우려가 높아질 때는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 방어 업종이 유리하다"고 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할 수 있는 가치주가 긍정적이다"라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산업재, 소재와 여행, 레저 등 리오프닝주 중심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도 주목받았다. 조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간 시장 확대 경쟁으로 투자자들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급망 차질로 생산 단계 효율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동화나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