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 자금을 조달하며 마무리됐다. 지난 20~21일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을 끝으로 한 해 동안 총 21조원의 자금을 모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큰 장이 열릴 전망이다. 당장 1월 18~19일 공모 청약에 나서는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다. 그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쓱닷컴 등 공모 금액이 수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새로운 기록을 쓸 임인년(壬寅年) IPO 시장의 문을 열 기업은 어디일까. 1월 둘째 주 오토앤, 케이옥션, 애드바이오텍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새해 ‘첫 타자’들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내년 초 IPO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오토앤 제공

오는 1월 11~12일 공모 청약에 나서는 첫 번째 기업은 ‘자동차 생활 플랫폼’을 지향하는 오토앤이다. 2008년 출범한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벤처를 전신으로 하며, 2012년 정식 설립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지분 10.4%, 6.6% 보유하고 있다.

오토앤은 세차 용품 등 자동차 관련 상품 및 서비스의 거래를 중개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다. 현대차 ‘제네시스’ 등의 공식 컵 홀더와 방향제 등 액세서리를 개발해 납품하기도 했다. 향후 현대차그룹에서 출시할 전기차 전용 제품을 선행 개발·제조할 계획이다.

오토앤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3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작년보다 43% 줄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4200~4800원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네이버와 카카오, 다나와, 코리아센터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각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인 35.6배를 자사 순이익에 대입한 뒤 주가 할인율 18.25~28.47%를 적용했다.

케이옥션 경매 현장. /케이옥션 제공

다음 주자로는 케이옥션이 나선다. 12~13일 이틀 간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케이옥션은 이미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서울옥션과 더불어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 업체다. 지난 2005년 갤러리현대 측이 50% 이상을 출자해 ‘코리아프리미어옥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61.8%를 보유한 티에이어드바이저다. 티에이어드바이저는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의 장남인 도현순 케이옥션 대표 등의 지분을 양수해 설립된 지주회사 목적의 유한회사다.

케이옥션은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을 서울옥션과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케이옥션의 점유율은 42%였다.

주요 수익원은 미술품 경매 낙찰 수수료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메이저 경매에서는 낙찰가의 16.5%를 수수료로 취한다. 온라인 경매에서는 낙찰가가 1000만원 이하일 때는 19.8%를 수수료로 받는다. 온라인 경매에서 낙찰가가 1000만원을 넘어갈 경우, 낙찰가에서 1000만원을 제한 금액에 16.5%를 곱한 뒤 198만원을 더한 값을 수수료로 취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경매에서 5000만원 짜리 그림을 샀다면, 수수료 858만원이 발생한다.

케이옥션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2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지난해(15억원)의 7배에 달했다. 올해 미술 시장이 활황을 띠자 경매 업체들도 수혜를 누렸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7000~2만원이다. 서울옥션과 홍콩 거래소에 상장한 도쿄중앙옥션(Tokyo Chuo Auction)을 비교 기업으로 삼았다. 두 회사의 평균 PER 24.04배를 자사에 적용했다. 주가 할인율은 30.22~40.68%였다.

애드바이오텍에서 제조하는 동물용 의약품. /애드바이오텍

동물용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만드는 애드바이오텍은 13~14일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지난 2000년 정진농장을 운영하던 정홍걸 대표가 ‘피드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으며 2019년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애드바이오텍은 특이난황항체기술을 토대로 동물용 백신과 항생제를 만든다. 특이난황항체기술이란 계란의 난황에 축적된 항체를 재료로 천연 치료제를 만드는 기술이다. 주력 제품은 송아지 설사약, 돼지 진통제 등 가축용 의약품이며, 양식 새우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수산용 의약품도 제조한다.

애드바이오텍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77억원으로, 지난해(65억원)와 비교해 18% 이상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억원)의 2배에 가깝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7000~8000원이다. 중앙백신과 이글벳의 평균 PER 21.15배를 2022~2023년 추정 당기순이익에 대입한 뒤 35.88~43.9%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하반기보다는 상반기 중 IPO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또 내년 1분기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져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