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추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365일 바겐세일'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주는 일 년 가까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그중에는 상장폐지가 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에는 중국 빅테크주가 서서히 중국 정부의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나 성장궤도에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 건물 밖에 중국 국기가 걸려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는 전날보다 2.22달러(1.81%) 하락한 120.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종가 기준 232.73달러였던 알리바바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48.33% 하락했다. 일 년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난 셈이다.

알리바바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이는 해외 종목 중 하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알리바바 주식을 1억8942만달러(한화 약 2245억원)어치 사들였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 알리바바 주주들은 '헝다보다 못하다' '마윈 행방불명됐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중국 빅테크주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국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독점 조사, 과징금 폭탄, 상장폐지 압박 등이 주가 발목을 붙잡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텐센트, 메이퇀 등도 올해 들어서만 20%가량 떨어졌다.

앞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지난달 3일 뉴욕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6월 말 중국 정부의 반대를 딛고 뉴욕 증시에 입성한 지 5개월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일주일 전 디디추싱 경영진에 상장폐지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 주가가 휘청대면서 국내 증시에서 이들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빅테크주를 추종하는 항셍테크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KODEX 차이나항셍테크' 'TIGER 차이나항생테크' 등은 20%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정부 규제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중국 빅테크 기업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하나둘 나오는 분위기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정부의 규제 목적이나 방식을 이해한 기업들이 사업 구조를 전환해 이익을 늘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중국 빅테크주가 싸다고 말해도 될 시기"라며 "홍콩 항생테크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 폭이 9월 이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규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훼손 강도가 약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금부터 밸류에이션이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익 증가를 통해 주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알리바바의 경우 기존에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으로 나누던 전자상거래 사업을 중국과 글로벌 부문으로 조정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자상거래 사업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투자은행 UBS가 중국 빅테크주에 대한 규제 충격은 사실상 거의 마무리된 단계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도는 올해 여름이 절정이었고, 이후에는 시장에 남아있는 규제 충격과 거시경제 상황, 가속화되는 경쟁 등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키웠지만 규제로 인한 추가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설령 중국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투기성 자본보다는 중국 빅테크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보고 유입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를 지지하는 힘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리크 데니슨 GFM 자산관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는 향후 20~30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규제도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고 오래 전부터 단계적으로 축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앞으로도 장기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규제 전망 때문에 중국 빅테크 투자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