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까지 4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해 동안 IPO 시장을 통해 조달한 돈이 약 2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공모 금액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IPO 시장 규모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모 금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어(大魚)'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내년 IPO 시장은 올해보다 더 커질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공모 청약을 앞두고 있는 일반 기업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애드바이오텍과 래몽래인이다.
동물용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을 만드는 애드바이오텍은 오는 15~16일 이틀 동안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20~21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등을 제작한 래몽래인 역시 애드바이오텍과 같은 날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만약 애드바이오텍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인 7000~8000원의 상단으로 결정되고 래몽래인 역시 밴드(1만1500~1만3000원) 상단으로 공모가를 정한다면, 두 회사 공모액은 각각 108억원, 156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일반 기업 2개사 외에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두 곳이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오는 16~17일 이틀 간 NH스팩22호와 하나금융스팩20호가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두 스팩의 공모가는 2000원이며, 공모금은 각각 120억원, 60억원이다.
애드바이오텍과 래몽래인이 공모가를 밴드 상단으로 확정한다는 가정 하에, 올해 IPO 시장의 공모액(스팩, 리츠 포함)은 총 20조819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모액은 5조9355억원에 그쳤다.
올해 IPO 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3.5배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공모 금액이 큰 대어급 공모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모금이 조 단위에 달하는 회사가 6개나 나왔다. 공모금 1조원 이상의 대어급 종목이 단 한 개도 없었던 2018~2020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지난 8월 상장한 크래프톤(4조3098억원)과 카카오뱅크(2조5225억원), SK그룹의 두 계열사 SKIET(2조2459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가 전체 공모 시장을 키우는 데 앞장섰다.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와 현대중공업(1조800억원) 역시 IPO 시장에서 조 단위의 자금을 조달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내년 IPO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8~19일 공모에 나서는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공모가 밴드 상단(3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액이 10조원에 달한다. 단숨에 올해 연간 공모액의 절반을 달성할 전망이다.
2월 3~4일 공모에 나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은 밴드를 기준으로 최대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시가총액이 10~15조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모빌리티도 내년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 규제를 받으며 상장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이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도 잇달아 증시에 도전장을 내민다. 쓱닷컴의 경우 증권 업계에서 바라보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약 10조원이다. 이 중 20%를 공모주로 내놓는다고 가정하면 공모액은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등 3개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마켓컬리'를 운영사 컬리는 최근 25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 받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상장 후 시가총액을 5조원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업 가치가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티몬, 약 1조원 몸값의 오아시스마켓 등도 내년 중 IPO 시장에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