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12월 6~10일) 국내 증시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완화로 상승 랠리를 지속했다. 코스피지수는 8일 종가 3001.08을 기록하며 지난 달 22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3000선을 되찾았다. 10일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전날보다 19.34포인트(0.64) 하락하기도 했지만, 3010.23을 기록하며 한 주간 성적을 양호하게 마감했다.

일주일 간 상승장을 이끈 것은 국내·외 기관의 동반 매수세였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은 한 주 동안 현물을 각각 3061억원, 9828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2조371억원어치 사들이며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이 한 주 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순매수액이 5966억원에 달했다. 그 외에 카카오뱅크(323410), SK하이닉스(000660), 삼성SDI(006400) 등이 외국인 순매수 금액 상위권에 올랐다. 국내 기관은 카카오페이(377300)를 2880억원어치 사들였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096770), 카카오뱅크, 삼성전자도 많이 매수했다.

지난 11월 22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의 모습.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임안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이번 주(12월 13~17일) 코스피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회의다. 16일로 예정된 FOMC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강도와 속도를 어느 정도로 높일 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져, 테이퍼링 가속화는 어느 정도 기정사실이 됐다.

내년 글로벌 자산시장의 향방을 결정 지을 회의가 예정돼있는 만큼, 이번 주에는 FOMC 결과를 기다리며 보수적으 관망할 필요가 있다. 14~15일 발표되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수입물가지수도 확인해야 한다. 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 추이를 관찰하며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 테이퍼링 가속화 기정사실…투자자 우려에 유동성 축소 나타날 수도

이번 FOMC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중 실시할 통화 정책의 이정표가 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연준이 이번 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의 강도와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8%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8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4.9% 상승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에서는 물가 지표가 높게 나타나는 한편 고용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며 “연준 통화 정책의 초점이 고용에서 물가 안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12월 FOMC에서 긴축 가속이 공식화하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내외 증권 업계에서는 연준이 내년 6월 테이퍼링을 종료한 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3월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연준은 내년 중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테이퍼링 규모는 월 300억달러(약 35조5000억원)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 중앙은행은 매달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를 포함한 150억달러의 매입을 줄이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규모를 두 배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신화연합뉴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미국이 내년 중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는 유동성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투자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현지 시각) 발표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조기 테이퍼링이 이뤄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FOMC에 대한 경계감을 지나치게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긴축 신호에 일찍이 몸살을 앓아왔으며,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연초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우리 증시가 이미 기정사실이 된 내년도 금리 인상에 대해 충분히 내성을 쌓아온 만큼, 시장 기대에 준하는 긴축은 중립적인 신호로 보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 오미크론 변이 경계 지속…“증상 미미” 연구 결과도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세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9일 사흘 연속 7000명을 넘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확산 속도를 높인다면 매일 1만5000명이 확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경우 ‘위드코로나’를 실시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가 다시 봉쇄에 들어가고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오미크론에 대한 자산 시장의 우려는 어느 정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증상이 기존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8일(현지 시각)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델타 변이에 비해 재감염(이미 감염된 적이 있거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감염되는 것) 위험은 크지만 증상은 가볍다”고 말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같은 날 “지금까지 미국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이 기침이나 충혈, 피로 등 가벼운 증상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부스터샷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화이자 백신의 3회차 접종을 마칠 경우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가 회 접종 때보다 25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 증권 업계에서는 코로나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중원 연구원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증상은 경미해 각국의 봉쇄 강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12월 ‘산타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연초 주가가 오르는 현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