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한 그랩(Grab)은 동남아시아의 우버(Uber)로 불리는 슈퍼 모빌리티 기업이다. 그랩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주문과 배달, 픽업부터 공유 주방 서비스, 택시·오토바이 호출, 차량 렌트, 보험, 자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8개국 400개 도시에서 그랩을 이용할 수 있다.

앤서니 탄(오른쪽) 그랩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창립자 후이링 탄이 지난 2일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나스닥시장 상장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주주들의 구성도 화려하다. 최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이고, 중국 차량호출 기업인 디디추싱과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이 기업의 주주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SK텔레콤(017670)이 그랩의 주주다.

그랩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37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상장했다. 그러나 상장 초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의 새로운 강력한 변이인 오미크론의 등장과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일인 2일 13.06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8.75달러로 급락하며 마감했고 6일 현재 주가도 8.96달러에 머물고 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동남아시아가 다시 락다운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태풍이 지나가면 그랩도 성장의 궤도에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이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랩의 핵심 사업 분야 중 하나인 음식 배달만 놓고 보면 지난 2016년 기준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음식 배달에 대한 지출액은 1116억달러였다. 그러나 4년 후인 2025년에는 4748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삼성증권은 추산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먹는 추세가 더 확산하고 있는 것도 그랩의 성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에는 배달 음식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전체 배달 음식 구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였는데 이는 전년 4%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이 그랩의 핵심 사업인 온라인 배달 음식 시장의 외연을 더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랩의 금융 분야 사업도 여전히 더 성장할 기회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까지 현금 사용률을 8%미만까지 낮추고 온라인 현금 결제를 확대하기 위한 정부 정책(현금 없는 결제를 위한 국가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랩이 온라인 결제 서비스 부문에서 더욱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랩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예측(가이던스)도 야심차다. 2022년에는 매출액 33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예상치인 23억달러보다 10억달러(43.4%)가 더 많은 수치다. 2023년에는 매출액이 45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순이익도 올해 5억달러에서 내년 10억달러로 두배 늘고 2023년에는 17억달러가 될 것으로 그랩은 자체 추산했다.

오미크론의 태풍 속에서 항해를 시작한 동남아시아 슈퍼 앱 그랩에 대해 투자자들이 실망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