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의 나라로 불리는 디즈니랜드가 서학개미에게는 악몽에 가까워졌다. 최근 월트 디즈니 주가는 연일 휘청대고 있다. 12월 첫날인 1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디즈니는 전날보다 2.75달러(1.90%) 하락한 142.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디즈니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에만 16% 넘게 빠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AP연합뉴스

디즈니의 발목을 붙잡은 건 실망스러운 실적이다. 지난달 11일 디즈니가 발표한 3분기(회계연도 기준 4분기) 매출은 185억3000만달러(한화 약 22조원)는 기존 시장 예상치(187억9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0.37달러로 예상치(0.51달러)를 하회했다. 어닝쇼크 여파로 이날 하루 디즈니 주가는 7.07% 급락했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증가 추세는 주춤하는 분위기다. 3분기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210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60만명이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서 외부 활동이 늘어난 것이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추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에선 디즈니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디즈니 목표가를 기존 210달러에서 175달러로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목표가를 기존 223달러에서 191달러로 낮췄고, JP모건은 230달러에서 220달러로 내렸다. 이 밖에 번스타인, 모펫 네이선스는 각각 167달러에서 164달러, 180달러에서 17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디즈니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는 최근 주춤했던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주가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달 디즈니플러스에 새로 추가되는 콘텐츠가 신규 구독자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장 오는 3일 세계적인 어린이 베스트셀러 '윔피키드'의 애니메이션, 마블 호크아이 시리즈와 나 홀로 집에4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디즈니가 만드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개봉 예정인 디즈니 영화 대부분은 2년 전 디즈니가 인수한 20세기 스튜디오(20th Century Studios) 작품들이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번째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이 대표적인 기대작으로 꼽힌다.

올해 10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도입한 고급 티켓이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도 도입될 것이라는 소식도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니, 지니플러스 등으로 불리는 이 티켓은 기존 티켓에 15~20달러 정도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놀이기구에 대기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직 디즈니랜드에서의 구체적인 판매 개시 날짜는 공지되지 않은 상태다.

디즈니는 서학개미가 베팅하는 대표적인 해외 주식 중 하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일 기준 디즈니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 14위으로, 투자 규모는 5억달러(약 5885억원) 수준이다. 이는 보잉(4억7738만달러), 로블록스(4억6489억달러) 등을 웃돈다. 디즈니는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순매수 규모는 1억달러(약 1777억원)로, 주가가 낙폭을 키우면서 저가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