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진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테이퍼링 규모 확대와 최초 금리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22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있다"며 "데이터를 유심히 본 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지 논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나오는 지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금융안정센터(CFS)가 주최한 행사에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개선되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악화하면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통화 완화 조치를 내년에 더 빨리 제거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로 금리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18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Fed 내에선 완화적 통화정책의 급격한 전환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Fed는 더 인내할 수 있다"며 "몇 달 더 상황을 지켜본 뒤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도 "일시적일 것으로 보이는 요인에 과민 반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테이퍼링 이후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꺾지 못한다면 연준은 예상 시기보다 빠르게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금리 인상은 곧 투자 심리를 위축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 호재보다는 악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증시(S&P500)는 10월 둘째 주 이후 5주 연속 상승세(7.6%)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상승 피로도는 누적됐다. 그간 테이퍼링 공식화에도 증시 영향이 제한됐던 이유는 테이퍼링 진행과 금리인상 시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간접적으로 알려준 데서 기인한다. 연준의 향후 출구전략 시계에 대한 시장 혼선으로 중순 이후 시행되는 테이퍼링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일부 개별 종목에 주목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의 긴축 정책 선호 발언 이후 미 증시 부진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래도 개별종목에서는 예외다. 테이퍼링 이후 주가 하락이 일부 예상되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반도체 산업 부진 영향 선반영 등으로 7%대 급등한 점, 전기차 산업, 메타버스, 2차 전지 등 산업 확장에 대한 기대로 관련주 강세가 나타난 점은 우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