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11일 마무리됐다. 매년 같은 시기 중국 최대 쇼핑 행사 '광군제'로 쏠리던 스포트라이트는 6중전회에서 채택된 '역사결의'로 옮겨간 듯 했다. 역사결의는 중국 공산당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아 토론과 표결을 거쳐 택하는 공식 문건이다. 중국 공산당 100년 동안 역사결의는 1945년 마오쩌둥(毛澤東)과 1981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두 번 뿐이었다.

중국 공산당 당원들이 12일 수도 베이징의 '중국공산당 역사박물관' 밖에 설치된 대형 공산당기(旗) 조각 앞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는 전날 당의 100년 역사상 3번째 '역사 결의'를 채택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연합뉴스

중국 역사상 세 번째로 채택된 역사결의의 키워드는 '시진핑(習近平)'이었다. 당 중앙위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중화문화와 중국정신의 시대적 정수"라며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로운 도약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당 문건에서 시진핑의 이름은 총 17차례 언급됐는데, 그 횟수가 마오쩌둥(7차례), 덩샤오핑(5차례)을 한참 웃돌았다. 당 문건에서 나오는 핵심 인사 이름 횟수는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반영한다.

중국 안팎에선 이번 역사결의로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뒤따랐다. 그동안 6중전회에서는 차기 지도부 인선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지만, 장기집권을 준비 중인 시진핑이 40년 만의 역사결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해석이다. 시진핑의 세 번째 총서기 연임 여부는 내년 하반기 열리는 20차 당 대회에서 결정된다.

금융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시진핑의 3연임으로 전 세계 금융 시장 리스크가 되고 있는 중국 경기 위축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국 경기는 9월 헝다 그룹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부동산 업황이 악화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뒤이어 불거진 전력난,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감에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경기 반등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3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지만, 지도부 최종 교체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경제와 사회 구조는 공산당 1당 독재에 따른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체제적 문제가 발생하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중국 경기가 지금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순조로운 권리 이양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경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시진핑이 정권을 확보한 후 헌법 수정을 통해 장기집권의 틀을 마련했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전략이 설정돼왔다"며 "중국이라는 특성상 시진핑 장기집권과정 중에 나타나는 불확실성이 확대되수록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진핑이 정치적 목적을 상당 부분 이뤄낸 만큼, 앞으로는 경제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 부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과거 중국 지도부 교체가 있던 시기마다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안정화를 추구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2007년, 2012년, 2017년 등 중국 지도부 교체가 있었던 해에는 2002년을 제외하고 홍콩 항셍지수, 상해종합지수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 1, 2기에서는 지도부 교체 당해를 전후로 금융시장이 하락했지만, 당해에는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시진핑 1기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있었던 2012년 중국의 매크로 상황은 지금과 비슷했다"며 "2009년 경기부양에 힘입어 2011년까지 성장률이 10% 전후를 유지했지만, 2012년에는 투자 둔화로 8%대로 하락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중국 정부는 경기 연착륙을 위해 6~7월 2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2012년의 경험은 중국이 지도부 교체가 있는 해에 경기 안정화에 주력했고, 일반적으로 중국은 차기 지도부가 사전에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경기 부양책은 출범 이후가 아닌 직전에 집행됐다는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부유라는 큰 패러다임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내년 중국은 2012년과 비슷하게 대내외 경기 안정화를 위해 정책을 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 중국의 부양정책에는 크게 ▲완화적 통화정책 ▲적극적인 재정확대 ▲선택적인 부동산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코로나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거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금리 인하, 소비 부양, 부동산 부양 등이 동반되며 부양정책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졌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양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나 정부는 크레딧 위험이나 재정 부담이 고민"이라며 "정부 정책이 펀더멘탈 회복을 이끌어낸다면 부드러운 부양만으로도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지만, 헝다 사태와 코로나 통제로 인해 부동산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상당기간 유지된다면 시장은 '느슨한 부양정책'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