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 시각)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보우엑스애퀴지션(BowX)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한 위워크는 거래 첫날 시가보다 1.4달러(13.49%) 오른 11.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3억3800만달러(약 11조원)다. 두번째 거래일인 22일에도 1.24달러(10.53%)가 올라 13.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업무공간 공유업체 위워크(WeWork)의 사무실.

위워크는 2019년부터 상장(기업공개·IPO)을 시도했지만 공실(空室)이 늘고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에 시달리다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했는데 2년만에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2년간의 공백은 기업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2019년 처음 상장 계획을 밝힐 당시 평가받았던 기업 가치는 470억달러(약 55조2700억원)였지만 이번 상장에서는 9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의 평가를 받았다. 기업가치가 5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위워크에 약 185억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5월 위워크 투자와 관련, “내가 어리석었다”고까지 발언했다.

천신만고 끝에 뉴욕증시의 문턱을 넘었지만, 위워크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최근 실적이 계속 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위워크는 지난해에는 32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21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워크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의 사무실 임대 수준은 여전히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기록적인 양의 사무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고, 임대료도 급락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아직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패스트파이브 삼성 1호점. 입주사 직원들이 라운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시장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에도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국내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는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을 통해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IPO 일정이 연기됐는데 2번째 도전에 나선 것이다. 위워크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 벤처캐피탈(VC)과 기관투자자들은 1000억원 가량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또 다른 공유 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도 SK텔레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약 650억원을 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주요 기업들과 기관투자자들이 공유오피스 기업에 자금을 집어넣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서울에 위치한 주요 공유오피스 기업 브랜드(패스트파이브·위워크·스파크플러스·저스트코)의 공유 오피스 지점은 76개다. 이는 코로나 발생 전인 2018년 32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늘어난 지점만큼 이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공유 오피스를 이용한 근무형태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도 뉴 노멀의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공유 오피스 기업들이 수익성을 기반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무난히 입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