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마리화나(대마초)를 주(州)가 아닌 연방 차원에서도 합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주목을 받은 관련 기업들로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50주 중 37주는 대마초 사용을 의료용으로 합법화했는데, 여전히 연방 차원에선 대마초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다.
연초부터 미국 정치권 안팎에선 대마초를 두고 충돌하는 주법과 연방법을 통일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미 상원 민주당은 대마초를 비범죄화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마초 관리와 기회 법안'을 발표했다. 미 하원에선 지난해 이미 규제약물법에서 대마초를 삭제하고, 거래에 5% 소비세를 매기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미 대마초가 합법화된 주에서는 대마초의 구매, 사용 등에 자율성을 늘려가는 분위기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카운티 검찰은 대마초를 합법화하면서, 과거 대마초 재배, 소지, 판매, 운송 등 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마약 사범의 전과 기록을 말소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의료용과 기호용 대마초를 모두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최근 포브스는 "미국 소비자들과 그들이 뽑은 정치인들의 대마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대마초와 연관된 기업이나, 상품들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증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리플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대마초 판매 규모는 183억달러(한화 약 22조원)로 1년 전보다 71% 증가했다.
대마초 관련 인수합병(M&A) 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대마초 관련 M&A 거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뉴욕, 버지니아, 뉴멕시코, 코네티컷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만큼, 기존 대마초 관련 기업들이 해당 지역 내 대마초 재배업체 등을 매입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포브스가 주목한 기업은 아미리스(Amyris), 큐아리프(Curaleaf Holdings), 크로노스그룹(Cronos Group), 그로우제너레이션(GrowGeneration Corp) 등 4곳이다. 그 중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미리스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450% 상승했다. 아미리스는 바이오 에너지 생산 기업으로 마리화나에서 추출한 합성 카나비노이드 개발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분기대비 매출액은 7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종목이 아닌 파생상품도 있다. '욜로'(YOLO·You live only once)라는 종목코드로 잘 알려진 어드바이저셰어스 퓨어 카나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2019년 4월에 출시됐다. 미국, 캐나다, 영국, 이스라엘 등 마리화나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운용수수료는 0.75%로, 높은 편이지만 수익률은 30% 수준이다.
앰플리파이 세이무어 카나비스(CNBS) ETF는 자산의 80%를 대마초 관련주에 투자한다. 지난달 기준 1년 수익률은 72% 수준이다. 얼터네이티브 하베스트 ETF(MJ)는 2015년에 출시된 세계 최초 대마초 ETF로 1년 수익률은 34%를 기록했다. 두 상품 운용수수료 모두 0.75%다. 글로벌엑스 카나비스 ETF(POTX)의 경우 수익률은 11%이지만, 운용수수료는 0.51%로 다른 상품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대마초 ETF의 2배 인버스 상품 '데일리 인버스 얼터네이티브 하베스트 ETF'(MJIN)가 출시됐다. 세계 최초로 대마초 ETF를 출시한 운용사 ETF매니저스그룹(ETFMG)이 내놓았다. 대마초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프라임 얼터네이티브 하베스트 지수를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MJ가 대표적인 대마초 ETF인 만큼, 이 상품도 투자 헷지(위험 회피) 차원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심지어는 대마초에 투자하는 리츠 상품도 있다. 이노베이티브 인더스트리얼 프로퍼티(IIPR)은 대마초를 키우는 재배시설이나 유통시설에 투자한다. 연간 배당수익률은 2.33%, 주가수익비율(P/E)은 62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향후 성장을 기대하며, 배당금도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해당 상품의 3년간 수익률은 550%를 웃돈다.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미국이 연방 차원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민주당 의원들에 비해 합법화에 대해 회의적인 만큼,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브스는 "포트폴리오에 대마초 관련된 자산을 편입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면서도 "여느 신사업 투자가 그렇듯 불가피한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