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와 서학개미 모두에게 어려운 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월 초부터 현재까지 두 달 넘게 하락 곡선을 그린 결과 연초와 비슷한 수준인 2940대까지 떨어졌다. 미 뉴욕 증시도 연일 급등락을 거듭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하룻밤 새 2% 넘게 떨어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독일 비스마르 항구에 있는 러시아 해저 파이프 설치 작업선 포르투나(Fortuna)의 모습. /AP연합뉴스

조정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개미를 위한 대안은 있다. 최근 반 년 간 24% 넘게 오르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러시아 증시다.

러시아 RTS지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1300대 중반~1500선 사이에서 박스권 등락을 지속했으나, 8월 말부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달 12일(현지 시각)에는 1882.43까지 오르며 1900선 돌파를 넘보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증시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천연가스에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유럽 내 천연가스 시장의 패권을 쥔 러시아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천연가스 공급 부족 현상은 특히 러시아와 유럽연합(EU) 국가 간의 미묘한 신경전에서 비롯했다. 유럽 천연가스의 43%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독일과 손잡고 러시아·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를 건설했는데,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 8월 말 EU 규정을 근거로 “가즈프롬(러시아의 에너지 국영기업)이 가스관의 운송자이자 공급업자가 될 수는 없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독일 지방법원의 제재 때문에 노르드스트림2의 사업 승인이 지연될 위기에 놓이자, 러시아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가즈프롬은 10월부터 유럽에 천연가스를 추가 수출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가스관을 걸어 잠그는 것은 과거 러시아가 EU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꺼냈던 효율적인 무기다.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11월물 가격은 최근 3개월간 52% 넘게 오른 상태다.

이 같은 ‘가스 보복’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회사는 가즈프롬이다. 가즈프롬 주가는 최근 석 달간 27% 가까이 상승했다. 연간 주가 상승률은 70%에 육박한다. 러시아 2위 천연가스 업체 노바텍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3개월간 20% 이상, 올 들어 51% 넘게 상승했다. 또 다른 러시아 천연가스 업체 루크오일은 연초 대비 40% 넘게 상승했으며, 로스네프트 역시 올 들어 45%의 상승률을 기록한 상태다.

올해 들어 러시아 RTS 지수의 변동 추이. /마켓워치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의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미국이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현재 재고가 과거 5년간 평균치를 밑도는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라니냐가 발생해 올겨울 북반구에 강추위가 찾아온다면, 천연가스의 수급은 더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 수급 악화와 러시아의 패권 강화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라면 위에 언급한 러시아 가스 관련주를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개별 기업 주식을 살 수도 있지만, 펀드를 통해 여러 종목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최근 석 달 동안 22%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ETF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러시아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에는 가즈프롬, 노바텍, 루크오일, 로스네프트, 타트네프트 등이 편입돼 있어 여러 천연가스 업체들에 분산 투자하길 원하는 투자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증권투자신탁’은 3개월 수익률이 17%를 넘는다. 루크오일과 가즈프롬, 노바텍 등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이다. 마찬가지로 가즈프롬과 루크오일 등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역시 석 달간 1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