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지금같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성수동 본사 사옥을 던지는(매도하는)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 같아요. 어차피 온라인 쇼핑이 늘고 있어 오프라인 매장은 조금 정리해야 하는데 값을 제대로 받고 팔면 나중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을 할 때 쓸 수 있는 돈을 쌓아 둘 수 있는 거니. (성수 본사 매각은) 흥행이 제대로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부동산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이마트 성수동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것을 '신의 한 수'와 같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매각 입찰이 진행 중인 이마트 성수동 본사는 지난 2001년 준공된 지하 3층~지상 20층 규모 건물이다. 대지면적은 1만9359㎡, 연면적은 9만9474㎡며 인근 보유 대지를 포함해 총 2만800㎡가 매각 대상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부동산 업계에선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 등 대규모 건축 사업을 해 많은 이익을 남기고 분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목 좋은 부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인기가 높을 만한 곳의 땅을 찾아 매입해 건물을 올려야 분양이 잘 되고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시행사는 좋은 입지를 갖춘 곳을 찾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좋은 입지를 선점한 곳이 바로 이마트와 이마트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다. 이마트나 스타벅스가 이미 자리를 잡은 곳은 교통이 편리하거나, 전망이 상당히 좋은 곳이 대부분이다. 전문적으로 입지만을 보러 다니는 부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이런 이마트가 서울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인 성수동 본사를 매각하기 때문에 땅에 관심이 많은 시행사 등 부동산 사업과 관련된 회사들은 입지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입찰에 참여하리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예측이다. 그리고 이렇게 흥행에 성공하면 높은 가격으로 매각이 성사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지난달 30일 진행된 이마트 본사 건물 및 부지 매각 본입찰에는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 미래에셋자산운용·크래프톤 컨소시엄,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 마스턴투자운용·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태영건설·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인수 후보들이 1조원대 안팎의 입찰 가격을 제시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매각 가격이 1조원을 넘기 위해선 대지면적 기준 3.3㎡당 1억6000만원 이상이 돼야 하는데, 이 이상의 가격을 써냈다는 의미다. 최근 거래된 성수동 일대 매각 가격은 3.3㎡당 1억2000만원대다.

정용진 부회장이 정말 이번 성수 본사를 꼭지에서 팔아 큰 차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거래가 실제 이뤄지면 이마트의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일회성 이익이 증가하고 향후 투자를 위한 실탄(자금)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마트 성수동 본사 사옥.

최근 증권업계는 이마트의 성장률이 다소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대형 부동산 매각은 기업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가 이마트의 성장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코로나 국민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이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나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마트로서는 고객들의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마트의 기존점성장률은 전년 동기비로 –5%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보다 5%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 국민 지원금에 대한 우려로 이마트의 주가는 눌려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도 올해 3분기(7~9월)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지난해 3분기보다 3% 줄어든 1467억원으로 추산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할인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내식(內食) 수요 역 기저효과,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 둔화, 국민 지원금 집행 등의 영향으로, 기존점 성장률이 2분기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마트의 주요 매출 품목인 신선식품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이마트에서는 쓸 수 없는 국민 지원금이 지급된 게 3분기 이마트 실적에 안 좋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9월 1일 18만원(종가 기준)이던 이마트 주가는 지난 10월 5일 15만700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 달여 동안 2만3000원(12.7%)이 내려갔다.

정용진 부회장이 정말 성수 본사를 꼭지에서 파는 것일까? 그리고 이 거래가 정말 성사될 수 있을까? 정 부회장뿐 아니라 이마트 주식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도 성수동 본사가 얼마에 팔릴지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