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외 악재들의 영향으로 우리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 반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정다운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하락한 전날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 ETF를 402억원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2배 추종하는 파생상품이다. 최근 한 달간 순매수액은 266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7.5%가량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를 1배 추종하는 상품보다 위험성이 큰 레버리지 ETF를 세 배 이상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하루 동안 개인이 사들인 'KODEX 200′ ETF는 113억원어치에 불과했다. 한 달간 순매수액은 614억원에 그쳤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레버리지ETF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공격적으로 많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레버리지 ETF의 판매액이 전체 ETF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2배 추종하는 '곱버스' ETF는 대거 팔았다. 5일 하루 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곱버스 순매도액은 245억원이었다. 한 달간 순매도액은 2034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곱버스를 팔고 레버리지ETF를 대거 사들이는 것은 최근의 증시 조정이 과도했다고 보고 곧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가 최근 7~8년 동안 전고점 대비 10~15% 사이에서 등락한 일이 워낙 많았던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의 증시 급락 역시 상승과 하락 사이클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기업들의 대규모 디폴트나 부도 등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반납한 상황에서 반등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 달 간 코스피지수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실제로 최근 한 달간 하락장에서 개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주 3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매물 3조1000억원어치, 외국인의 매물 7500억원어치를 개인이 받아낸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특히 낙폭 과대 종목을 많이 샀다는 점도 주가 반등에 대한 개인의 믿음이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주가가 30% 하락한 카카오(035720)였는데, 개인은 한 달 동안 총 1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한 달간 주가가 18% 넘게 급락한 네이버(NAVER(035420)) 역시 77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 외에도 개인은 삼성전자(005930), 카카오뱅크(323410) 등 한 달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들을 '저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반등에 베팅하더라도 대출까지 받아 레버리지ETF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증시가 단기 저점에 근접했다고 판단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빚을 내서 레버리지 투자를 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융자를 받아 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담보비율 밑으로 하락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를 당해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