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 주가가 30달러를 밑돌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주주 의무보호예수(락업·Lock up) 기간 종료와 실적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가를 새로 쓰고 있다.

올해 3월 11일 상장 이후 쿠팡 주가 추이. /조선비즈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 시각) 쿠팡은 전날보다 0.68달러(2.36%) 하락한 28.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 후 최저가로 쿠팡이 상장한 지난 3월 11일 종가인 49.25달러보다 약 43% 하락한 수준이다. 당시 시초가는 공모가(35달러) 대비 81.34% 오른 63.5달러였다.

쿠팡 주가는 상장 후 꾸준히 하락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처음으로 30달러를 밑돌았다. 이달 초에는 다시 30달러 초반대에서 오르내렸지만, 14일부터는 28~29달러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장 초기에 100조원을 넘겼던 시가총액은 57조8861억원으로 줄었다.

쿠팡 주가 하락은 매도 물량이 단기간 늘어난 영향도 있다. 최근 쿠팡의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대거 매도가 나오면 주가는 하락한다. 보호예수는 기관투자자 등 주요주주가 상장 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주식을 말한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후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나온다. 쿠팡은 주식 상당수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을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틀 뒤인 8월 13일로 설정했다. 쿠팡의 주요 외국인 임원들은 같은 달 주당 33달러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투안 팸 쿠팡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쿠팡 주식 35만9687주를 주당 33.17달러에 매도했다. 같은 날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쿠팡 주식 16만주를 주당 33.33달러에 매도했다. 쿠팡 측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 관련 세금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매각”이라고 공시했다. 쿠팡은 상장에 앞서 직원들에게 RSU 주식을 지급했다. 주식을 받은 날로부터 1년을 근무하면 50%, 2년을 근무하면 100%를 받는 식이었다.

이달 14일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보유 중인 지분 9%에 해당하는 5700만주를 16억9000만달러에 매각했다. 한화로 약 2조원 규모다. 비전펀드는 현재 쿠팡의 최대주주로 전체 주식의 36.40%에 해당하는 5억6815만6413주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돼 있는 배송차량들. / 쿠팡 제공

쿠팡의 실적 실망감 역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쿠팡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71% 급증하며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지만, 영업 적자 규모도 함께 늘었다. 쿠팡의 2분기 영업 적자는 5957억원으로 1분기(3010억원 적자)보다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에도 쿠팡 흑자 전환 가능 시점이 화두였다.

카카오(035720), NAVER(035420)(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규제 이슈도 악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시장 독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국회는 오는 10월 1일 시작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플랫폼 대기업 책임자들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강한승 쿠팡 대표도 포함됐다.

증권가에선 쿠팡 주가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매출(시장 점유율)이 지금처럼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분기대비 영업 적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물류센터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은 쿠팡이츠, 플레이(OTT), 해외사업, 제트배송 등 신규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신규 투자 비용을 기존 사업 정상화로 극복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점유율 상승이 지속되려면 공급 측면에서 물류센터와 인력 확충이 관건”이라며 “물류센터는 내년까지 50% 이상 확충을 목표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은 인력 수급에 우호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서학개미들은 쿠팡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저가 매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개인은 쿠팡 주식 2589만1248달러(약 30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체 미국 주식 중 순매수 규모로는 15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