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며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쿠팡이 올해 3월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온라인 의류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 무신사, 숙박 플랫폼 야놀자 등이 잇달아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 마켓컬리 역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유니콘 중 하나다. 쿠팡에 이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화제가 됐고, 기업가치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금은 수조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회사가 됐지만, 마켓컬리의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초창기부터 창업가를 믿고 과감하게 투자해준 벤처캐피털(VC)들의 숨은 공이 있다.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은 컬리(마켓컬리의 운영사)가 설립된 지 3개월 만에 40억원을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일찌감치 컬리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봤으며 회사가 힘든 시간을 겪는 동안 옆에서 묵묵히 함께 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컬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 /에이벤처스 제공

김 부사장은 그 외에도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 초기 투자해 80배의 수익(지분 희석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을, 메타버스 전문 업체 맥스트에 투자해 100배 수익을 냈다. 앞서 2013년에는 카카오에 투자했고, 2016~2017년에는 펄어비스와 블루홀, 카카오게임즈에 투자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유했으나, 성과 보수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보장된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나와 신생 VC인 에이벤처스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남다른 확신을 갖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VC에 입문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IT 섹터의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경영학 전공자로서 두루두루 가장 폭 넓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애널리스트로서의 일이 재미는 있었지만, 주 6일을 개장 전부터 출근해 저녁 7시까지 일하며 바이사이드(buy-side·자금을 투자하고 운용하는 업계) 요청을 처리하는 일이 힘들더라. 결혼 전이었는데 데이트할 시간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바이사이드에서 주도적인 투자 업무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운용사 중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직하게 됐다. 큰 자금을 주도적으로 운용해보고 싶은 포부가 컸다.

이직 후 운좋게 바로 주식 운용 부서에 배치받았다. 처음에는 리서치 업무를 하며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조선, 운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 대해 많이 살펴보고 공부할 좋은 기회였다.”

VC로는 어떻게 이직하게 됐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워낙 큰 운용사다 보니 신규 상장 종목은 비중 있게 취급하지 않았다.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어도 ‘스몰캡’으로 분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주니어 운용역인 덕에 신규 상장사를 전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스몰캡과 비상장사들을 살펴보니 주식의 유통시장 못지않게 발행 시장도 굉장히 재미있더라.

일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회사에서는 주식 운용 업무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우리 부서는 운 좋게도 한 달에 한 번씩 박현주 회장님과 회식을 했는데, 회식 빈도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어린 마음에 ‘주식 운용이 소외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종교(개신교) 모임을 통해 서학수 전 대성창업투자 대표님과 친분을 쌓게 됐고, 서 대표님의 추천으로 자연스럽게 대성창투에 이직했다. 그렇게 2012년 7월 VC 업계에 입문하게 됐다.”

대성창투에 입사해 어떤 회사들에 투자했나.

“박근진 당시 상무님(현 대성창투 대표) 밑에서 영화 콘텐츠와 기업들에 투자했다. 첫 투자 기업은 카카오였다. 2013년에 구주를 7억5000만원어치 인수했고, 이후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후 지분을 매각해 5배 수익을 냈다. 당시 카카오는 메신저에 어떤 사업들을 결합해 확장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카카오톡의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거의 이탈하지 않는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지금과 같이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건 아니지만, 트래픽이 올라가고 메신저 이용자가 많아지면 카카오톡에 게임 같은 다른 서비스들을 붙여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다.”

입사 후 처음 투자한 곳이 카카오였다니, 회사에서 입지가 좋았겠다.

“이후 투자 활동이 조금 편해지기는 했다. 나는 같은 해 같은 달에 업계에 입문한 친구들(변준영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 손호준 스톤브릿지벤처스 이사)과 다르게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주로 투자했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야경꾼일지’ 등을 만든 제작사 래몽래인에 투자해 약 4배의 수익을 냈고, 중고 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에도 투자했다. 2014년 미스틱89(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도 초기에 80억원을 투자했다.

FT아일랜드나 씨엔블루처럼 보컬에 주력한 아이돌 가수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미스틱에 소속된 보컬 위주 가수들도 아이돌의 색깔만 조금 가미하면 크게 성공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투자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서명을 받으려고 가수 윤종신씨를 만나러 청담동 미용실까지 찾아간 적도 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콘텐츠 기업들에 많이 투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 및 연예인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좋은 포트폴리오를 많이 가졌지만, 반대로 아쉽게 놓친 투자 건도 있었을 것 같은데.

“투자하지 않았다가 후회한 대표적인 회사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옛 빅히트)다. 딜을 진지하게 검토하던 중 당시 소속 걸그룹 멤버가 사건(그룹 글램 멤버가 배우 이병헌에게 50억원을 달라며 협박한 사건)에 연루되며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해당 걸그룹이 하이브의 주력 가수인 만큼 투자하기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BTS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었다. 그때 하이브 기업가치는 200억~300억원 수준이었다(현재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약 11조원이다).

하이브 뿐 아니라 지노게임즈에 초기 투자할 기회도 놓쳤다. 당시 그 회사에서 만든 ‘데빌리언’이라는 모바일 게임이 흥행에 성공할 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후 지노게임즈는 2015년 초 블루홀에 인수됐고, 지금의 크래프톤이 됐다.”

2014년 말 DS자산운용으로 이직했다. 그곳에서도 스타트업·벤처 투자 업무를 한 건가.

“그렇다. DS자산운용 창업자인 장덕수 회장님이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에 워낙 관심이 많아, VC에서 심사역을 채용한 것이다. 면접을 보러 갔더니 여의도의 유명한 식당에 데려가 김치찌개를 사주시더라. 긴장해서 다 못 먹고 있었는데 ‘남기지 마라’고도 하셨다. 여의도에서 유명한 분이면서도 굉장히 소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입사 후 처음에는 장 회장님의 투자금을 일임 운용하는 형태로 비상장사에 투자했다. 그때 투자했던 회사 중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있다. 컬리가 2014년 12월에 설립됐고 나는 이듬해 2월에 40억원을 투자했다. M&A에 자금이 필요해 몇 개월 후 15억원을 더 투자했고, 이후 2016년 장 회장님 돈이 아닌 회사의 비상장사 투자용 펀드를 통해 35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컬리가 설립된 지 3개월 만에 투자한 것인데, 투자를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김슬아 대표가 정말 샤프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당시 김 대표는 ‘다듬어진’ CEO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나는 푸드홀릭이고 쇼핑을 좋아하는데, 주말마다 마트에 가서 주차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너무 아깝다’며 ‘식료품 쇼핑을 온라인으로 바꾼다면 미래가 좋아질 것 같다’고 하더라.

신선식품 쇼핑 플랫폼이라는 섹터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패션이나 뷰티 산업은 온라인 침투율이 아무리 낮아도 10%를 넘었다. 반면 신선식품 배달업은 온라인 침투율이 5%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향후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시장이 커진다면,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가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DS자산운용은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금액 기준으로) 60배의 수익을 냈다.”

컬리가 지금처럼 큰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운 일도 있었을 것 같다.

“물류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초기에는 적자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약 1년 반 동안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컬리는 한 때 ‘벤처 연합’ 모델을 표방한 옐로모바일의 계열사였다).

물론 김슬아 대표가 가장 힘들었지만, 1년 반 동안 나도 옆에서 매일 같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김 대표와 같이 거의 매일 머리를 맞대고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의논했다. 대기업들을 포함해 많은 회사가 M&A 제안도 해왔던 만큼, 고민할 이슈가 많았다.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배송 기사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는 반드시 필요했기에 장 회장님에게 급전 대출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 내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나로서도 큰 각오를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1년 반이 지나 트랜스링크캐피탈 등이 지분 투자를 하며 숨통이 트였다.”

지난 8월 13일 마켓컬리 상품위원회에서 김슬아 대표가 직원들과 시식을 하고 있다. 김태규 부사장은 지금까지도 상품위원회에 매번 직접 참여해 시식을 하는 김 대표에 대해 '고집스러운 프로페셔널리즘'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고운호 기자

컬리 투자를 통해 60배 수익이 났는데, 성과급도 많이 받았나.

“내가 인센티브 복이 없는 것 같다. 컬리 투자금을 엑시트(회수)하기 전에 DS자산운용을 나와 에이벤처스를 창업하는 바람에 성과급은 받지 못했다. 대성창투에서 카카오에 투자한 성과급도 못 받고 나왔다.

성과급을 포기한 데 대해 후회가 안 된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에서 큰 즐거움을 얻고 있으니 현재를 생각하며 계속 투자하고 있다. 투자한 회사가 잘 돼서 큰 성과급을 받는 것도 전부 결과론적인 이야기 아닌가.”

에이벤처스를 창업한 이유는.

“DS자산운용에 남아 있었으면 수백억원 단위의 큰 투자를 계속 할 수 있었겠지만, 운용 자산이 워낙 커지다 보니 규모가 큰 후기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나는 그보다는 앞단에 투자하는 것이 더 잘 맞는 사람이다.

게다가 스타트업 붐이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 시기였기 때문에, 미리 초기 투자를 많이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회사에 있던 조창래 대표와 의기투합해 2018년 에이벤처스를 창업했다. 에이벤처스의 ‘A’도 초기 투자를 의미하는 ‘시리즈A’에서 따왔다.”

초기 투자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는가.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해 결실을 내기까지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한번 고난을 겪어보면 또다시 투자하는 데 있어 주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힘든 시간을 겪어도 ‘다음에 투자할 때도 이런 일이 있겠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어느 정도 헌신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투자를 잘하기 위해 또 필요한 마음가짐이 무엇일까.

“마음가짐은 모르겠지만,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는 있다. 휴가 중에도 피투자사로부터 전화가 오면 반갑기보다는 우선 깜짝 놀란다. 피투자사가 많아지면 자녀가 많은 부모가 되는 느낌이다.

나는 피투자사에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전화받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충 처리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회사의 성공을 내 성공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나는 훌륭한 창업가도 중요하지만 좋은 산업의 중요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산업이 유망하지 않으면 의미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3년 후의 미래를 보고자 늘 노력하고 있다. 3년 뒤에 유망해질 산업에 투자한다면, 시기적으로 결코 늦지 않다.”

3년 후에 유망할 산업을 어떻게 알아보나.

“장덕수 회장님의 습관 중 매우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모든 회사를 한 번씩 직접 탐방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 빅데이터가 만들어져,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탐방한 회사들과 즉시 연결해 생각한 뒤 직원에게 매매를 추천해주곤 했다.

나는 장 회장님처럼 일일이 탐방을 다니지는 못하지만, 늘 새로운 정보를 찾으려고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유형이다. 외신도 꼼꼼하게 챙겨보고, 새로운 뉴스가 있으면 투자와 연결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 정보를 많이 습득하고 정리하는 일에 훈련이 잘 돼 있는 것 같다.”

왼쪽부터 강훈모 하나벤처스 이사, 김태규 부사장, 김재엽 대교인베스트먼트 팀장, 황철우 와디즈 CFO, 신혜성 와디즈 대표. 2018년 와디즈 경영진이 주요 투자자들에게 감사패와 책을 전달한 자리였다. /김태규 부사장 제공

맥스트에 투자한 것도 메타버스 산업을 일찍 알아봤기 때문일까.

“맥스트는 2016년 증강현실(AR) 기술력을 보고 10억원을 투자했다. AR이 개인용으로 보급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기존 산업과 결합하면 스마트워크를 많이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맥스트는 그때 현대자동차의 투자를 받은 직후였다. 차량 정비하는 분들이 글라스를 끼면 AR을 통해 눈앞에 매뉴얼을 띄워 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맥스트는 매출을 못 내며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메타버스 테마가 대세가 되며 화려하게 상장했다. 내가 투자했을 당시 기업가치가 75억원이었는데 상장 후 시가총액이 최고 8500억원까지 올랐으니, 지분 희석을 배제하고 최대 100배 정도의 수익을 낸 것 같다. 초기에 투자한 회사가 상장까지 한 사례이기 때문에 많이 감동했고 뿌듯했다.”

맥스트는 메타버스 테마 덕에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사례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운도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운도 물론 중요하지만 창업팀이 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기반 기술에 대한 준비를 잘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맥스트처럼 AR이나 가상현실(VR) 분야에서 끈기 있게 준비를 잘해둔 회사들이 메타버스 테마가 부상하자 각광 받게 된 것이다. 단지 새로운 테마가 떴다고 해서 급하게 편승하려는 회사들과는 다르다.”

요즘은 어떤 산업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지.

“2019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지구인컴퍼니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곡물을 이용해서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 업체인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버거를 보며 이 산업에 계속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회사가 없을까 하며 검색하다 지구인컴퍼니를 발견했고, 회사 대표 메일로 연락해 찾아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커지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대체육 시장도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뜰지 예상하기 위해, 특히 여성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많이 관찰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트렌드에 빠르고 소비를 위한 의사 결정도 많이 한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폰 화면을 다이어리처럼 예쁘게 꾸밀 수 있는 포토위젯이라는 서비스에도 초기 투자했다.”

성공하는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김슬아 컬리 대표나 장영준 뤼이드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박재완 맥스트 대표 등 성공한 창업가들 모두 고집이 강한 것 같다. 독선적인 고집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강하며 중간마다 힘든 일을 겪더라도 내려놓지 않고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개선하는데 매달린다는 것이다.

김슬아 대표는 아직도 매주 상품위원회를 직접 열고 판매할 제품을 전부 먹어 본다. 회사가 그 정도 성장했는데도 여전히 자신이 직접 주도한다. 신혜성 대표는 여전히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고 책도 많이 읽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런 것이 모두 고집스러운 프로페셔널리즘인 것 같다.”

왼쪽부터 에이벤처스의 손길현 상무, 조창래 대표, 정현구 수석팀장, 김태규 부사장. 에이벤처스를 설립하기 전 다같이 뮤지컬 '맨오브 라만차'를 보러 갔을 때 촬영한 사진. 김 부사장은 이 뮤지컬을 보고 감동 받아 회사 이름을 '라만차벤처스'로 정할 생각도 했다. /김태규 부사장 제공

요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어떤 사람이 VC에 잘 맞나.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 대체로 VC에 잘 맞는 것 같다.

스타트업이 IR을 할 때 사업의 본질과 경쟁력을 정교하게 꿰뚫는 질문을 하는 심사역들이 있는가 하면, 뻔한 레퍼토리만 늘어놓는 심사역들도 있다. 전자는 해당 산업의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규제와 사업의 성장 한계를 모두 파악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창업가와 이른바 ‘티키타카’가 가능하다. 유의미한 양질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결국 투자도 잘하는 것 같다.

또 투자 후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주식 트레이딩과는 달라서 투자한 후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리스크를 짊어지고 몇 년간 노력을 해야만 한다. 남에게 조언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회사를 돕고 성장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면 잘 맞을 것이다.”

성공하고 난 뒤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 창업가들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된 후 몇 년 동안은 그런 일을 겪었을 때 많이 서운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제는 10년차가 되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창업가 입장에서는 공동 창업자, 파트너 등 투자자보다 중요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에이벤처스는 어떤 VC를 표방하는가.

“한 번 믿고 투자한 회사는 끝까지 밀어주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후속 투자도 많이 한다. 지구인컴퍼니에도 올해 세 번째 투자를 하려 하고, 희귀 질환 진단 기업 쓰리빌리언에도 세 번 투자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투자받은 회사들이 우리 회사에서 만든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는 선순환 사례도 생긴다. 아이퀘스트의 경우 에이벤처스에서 투자를 받고 올해 2월 IPO를 했는데, 이번에 만든 펀드에 40억원을 출자해줬다. 투자사의 펀드에 출자해서 후배 기업들의 육성에 기여한 것이다. 감격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