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네이버(NAVER(035420)카카오(035720) 사랑은 엄청났다. 지난주 정부와 금융당국의 인터넷 플랫폼 규제 여파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8~9일 이틀간 각각 10.23%, 16.55%씩 급락했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2.75%, 카카오는 1.16% 반등했지만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등 금융 플랫폼이 자사 앱을 통해 펀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단순한 광고를 넘은 금융상품 ‘중개 행위’로 판단했다.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금소법에 따라, 금융위에 등록 또는 인허가를 받지 않고 중개를 하는 것은 법률 위반 행위가 된다. 같은 날 여당도 토론회를 열고 “카카오가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 금융당국이 최근 여당의 규제 기조에 맞춰 빅테크 규제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왼쪽부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로고. / 네이버, 카카오 제공

네이버·카카오의 주가는 곧바로 폭락했다. 두 회사의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빅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판매와 중개가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특히 외국인은 규제 영향으로 두 종목의 매물을 재빠르게 던졌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은 카카오와 네이버를 각각 7497억9700만원, 3133억1400만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지켜볼 국내 개미들이 아니었다. 개미들은 같은 기간 카카오를 1조410억원, 네이버를 4906억2000만원어치 순매수하며 대응했다.

인터넷 플랫폼 양대 산맥을 비교적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두 종목 모두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리포트(기업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신규 인수합병(M&A)을 제한하거나 분할까지 가능케 하는 강력한 법안을 검토 중인 해외와 다르게 국내 정부의 플랫폼 규제는 소비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영업 활동 제약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선뜻 두 종목을 모두 사들이지 못한 개미들도 상당수다. 불확실한 시점에 투자 자금을 인터넷 플랫폼 대형주에 쏟아붓기는 위험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개미 중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를 사도 되느냐” “네이버와 카카오 둘 중 하나를 산다면 무엇을 사야 하느냐”고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가 만난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은 카카오보다는 네이버를 더 추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네이버”라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묶이지만 그들이 ‘페이’ 사업을 진행하는 건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의 페이 사업을 살펴볼 때, 카카오보다는 네이버가 정부 규제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투자 및 대출·보험의 매출 비중은 22.7%이지만 아직 네이버는 관련 매출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네이버페이의 주력 상품은 대출·보험 중개 등이 아닌 네이버쇼핑 판매자들에 대한 대출 서비스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는 미래에셋금융 그룹을 통해 소상공인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상대적인 영향은 더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페이 매출 대부분도 간편결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영업수익의 95% 이상이 간편결제인 것으로 파악되며, 그 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향 대출 중개 및 소액 신용결제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추세”라며 “따라서 증권 및 보험 상품의 중개행위에 대한 규제 영향권 밖에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금융플랫폼 상 게재되는 증권 및 보험 상품에 대한 단순 배너광고도 규제하는 경우 모바일 DP 광고 매출이 일부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적 영향은 5% 미만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업 포트폴리오 확장에서도 실질적인 영향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네이버는 정부의 규제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편안한 종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네이버는 과거부터 1위 포털 사업자로서 지배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독과점 우려에 시달렸다”면서 “그 결과 사업 확장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으며 중소상공인,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에 기민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여당에서 ‘갑(甲)의 횡포로부터 을(乙)을 지키겠다는 모토를 걸고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플랫폼 관련 국정감사 대비 관련 단체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는데 여기서 네이버는 제외된 점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실제 주가 반등도 네이버가 더 컸다.

물론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도 UI 개선과 자회사들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서비스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펀드 판매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대출 중개는 혁신금융 서비스(샌드박스 적용)로, 보험판매는 자회사 KP보험서비스(구 인바이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네이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업 비중이 불안 요소다. 김현용 연구원은 “카카오는 기업가치 기준 금융업 비중이 20~25%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또 카카오페이는 최근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각 보험사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