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036570)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말 80만원과 70만원 선을 잇달아 내주더니, 이제는 6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자기주식 1900억원어치를 사들이겠다며 주주들을 달래고 나섰지만 주가에는 별 영향이 없다. 만약 추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지난해 3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앞 자릿수 '5′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엔씨소프트 제공

지난달 말부터 급락이 계속된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5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8일 종가 기준 시총은 13조4300억원으로,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새로운 '대장주'가 된 크래프톤(259960)과의 차이가 10조원으로 벌어진 상태다.

잘 나가던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신작 '블레이드앤소울(블소)2′에서 비롯했다. 그동안 엔씨소프트 모바일 게임의 과금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돼온 상태에서, 블소2가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한 과금 모델을 도입하고 블소 PC 버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달 30일 '민심은 천심'이라는 제목으로 엔씨소프트의 종목 보고서를 냈다. 블소2의 흥행 실패 원인을 단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의 현 주가 수준을 '저가'라고 봐도 괜찮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블소2만이 문제가 아니며, 아직 주가 반등을 확신하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화투자증권은 블소2의 3분기 일평균 매출액을 기존 3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KTB투자증권은 5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모바일 게임 '리니지2M'과 '리니지M'의 실적도 좋지 못할 전망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M의 국내 매출액은 카카오게임즈 '오딘'의 흥행 지속으로 인해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이며, 일본과 대만에서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며 "리니지M의 매출도 7월 '4주년 업데이트'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 늘기는 했지만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더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있어 수혜를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지난 수십 년간 신작에 대한 손익분기점 상회비율(hit ratio·히트레이쇼)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멀티플 프리미엄을 받아 왔지만, 이번 블소2의 흥행 부진으로 인해 차기 신작들의 성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목표 주당순이익(PER)을 기존 25배에서 22배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중 출시될 후속작 '리니지W'의 실적을 본 뒤에 엔씨소프트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가 과금 모델과 콘텐츠를 기존 게임들과 얼마나 차별화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리니지W의 초기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엔씨소프트의 기업 가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성훈 DS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하반기 엔씨소프트의 신작들의 성적이 주가 반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11월 리니지W를 시작으로 '아이온2′, '프로젝트TL' 등 다수의 신작을 올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따라서 11월 중 출시될 리니지W가 어떤 과금 정책과 콘텐츠를 적용할지, 그리고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초기 반응은 어떤지를 살펴본 뒤 엔씨소프트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과금 정책과 다른 '이용자 친화적'인 모델을 내놓는다면, 적어도 블소2와 같은 흥행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진구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기존 '리니지'와 같은 게임성과 과금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작을 개발해 출시해야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엔씨소프트가 다음 신작들에서도 기존의 공식을 답습한다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과금 모델과 인터페이스를 과감하게 바꿔야만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