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는 최근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전 세계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달리 어느 정도 안정성이 보장된 '전통 산업'에만 투자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한계에 계속 갇혀 있는 한, MBK가 표방하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의 길은 요원하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사업.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베인앤컴퍼니가 발간한 2021년 아시아태평양 사모펀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 활동을 이끈 주체는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PE였다. 중화권에서 투자하는 PE들의 지난해 기업 인수 금액은 970억달러(약 113조6800억원)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인도 PE의 인수 금액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380억달러(44조5300억원)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오세아니아와 일본 PE의 총 인수 금액은 각각 지난해보다 10%,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아시아 투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화권 및 인도 PE의 공통점은 디지털 플랫폼·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이커머스와 핀테크 등 성장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PE의 인수 금액 중 60%가 성장 산업 분야에서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온라인 광고 플랫폼 58닷컴(58.com) 인수 건이다. 지난해 워버그핀커스아시아와 제너럴애틀랜틱 싱가포르 펀드매니지먼트, 오세안링크파트너스 등 중화권 PE들은 58닷컴을 87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베인앤컴퍼니는 중화권 PE들이 지난해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확대한 결과 10억달러(1조1700억원) 이상의 대형 거래를 여러 건 성사했다고 분석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장 산업에는 주로 벤처캐피털(VC)이 투자하고 PE는 안정적인 산업에 큰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성장 기업의 투자 수익성이 워낙 높다 보니 VC와 PE 간 경계가 무의미해졌다"며 "미국계 글로벌 PE들은 대부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혹은 참여 후 지분 매각) 뿐 아니라 그로스캐피털(성장형 투자)용 펀드를 만들어 성장 기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MBK는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PE들과 달리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다. MBK 역시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등 중화권 주요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물류와 항공 및 보험 등 PE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산업에만 주로 투자한다. 현재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성장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업체는 중국에서 이러닝 사업을 하는 웬두(文都)에듀케이션 뿐이다.

/조선DB

최근에는 국내 성장 기업들 역시 잇달아 국내외 PE들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앞서 일본계 비전펀드는 쿠팡에 3조원을 투자해 21조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미국계 글로벌PE 칼라일은 관계사 킬로미터홀딩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계 세쿼이아캐피탈과 국내 투자사 IMM PE는 의류 이커머스 업체 무신사에 1300억원을 투자했으며, 국내 PE인 송현인베스트먼트도 쏘카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IB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MBK가 전통 산업에 대한 투자만 고집한다면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서 패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 정도의 대형 PE가 어느 날 갑자기 투자 방향을 성장 산업 쪽으로 선회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성장 기업을 과감하게 사들여 기존에 경영권을 보유한 안정적인 회사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이 같은 한계를 절감한 듯 올해 들어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올 초부터 음식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글로벌 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손잡은 GS리테일에 밀렸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이 역시 어피너티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지난해 역대 초대 규모인 8조원짜리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고 나서 김병주 회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인 투자 의지까지 밝혔지만, 이후 아직 눈에 띄는 신규 투자 건은 없는 상태"라며 "글로벌 PEF 시장의 트렌드에 발맞춰 전통적인 바이아웃 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한 성장 기업 투자도 적극적으로 병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