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잭슨홀 미팅(회의)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이 파월 의장 입에 쏠려 있다." "'이번 주 예정된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관망하면서 증시는 강세 흐름을 보였다."
최근 국내외 시황 기사를 자주 보는 독자들은 이런 문장을 기억할 것이다. 매년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시기가 되면 주식 고수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신문에서는 종일 잭슨홀 미팅과 관련된 전망을 쏟아낸다. 잭슨홀 미팅이란 무엇이고, 지금 시장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잭슨홀 미팅은 간단히 말해서 매년 8월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미국 지방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요 국가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을 초빙해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회의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화상회의로 진행한다.
잭슨홀 미팅은 이 행사에 참여한 주요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총재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유명해졌다. 2010년과 2014년 굵직한 통화정책 힌트가 잭슨홀 미팅에서 나왔다. Fed 2차 양적완화와 ECB(유럽중앙은행) 양적완화다. 파월 의장도 2020년에 평균물가목표제를 잭슨홀 미팅에서 언급했다. 경제 현안에 관해 중앙은행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시장 투자자들은 잭슨홀 미팅을 세계 통화정책 기조를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여긴다.
이번 잭슨홀 미팅을 기점으로 한국 시장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가 들썩일 수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잭슨홀 미팅에서 무엇보다 한국 시각으로 오는 27일 오후 11시에 열리는 파월 의장의 '경제 전망'을 주제로 하는 연설을 주목해야 한다. 이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테이퍼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7월 FOMC 의사록 발표 후 시장에서는 올해 10~11월 중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만약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 연설 중 테이퍼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연내 테이퍼링 쪽으로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이 연내 실시된다면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국 시장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유입됐던 해외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자연스레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증시도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이런 우려는 일단 미뤄두게 됐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테이퍼링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당초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 연설을 통해 테이퍼링 힌트를 얻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분위기는 달라졌다"면서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계획이 구체화하진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또 "글로벌 주식시장은 테이퍼링 관련 매파(강경론자) 색채가 가득했던 7월 FOMC 의사록 발표 출렁였다"라면서 "7월 FOMC 때 미국에서 델타 변이 증가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일간 16만명대를 상회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올해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이 아닌 델타 변이 확산 영향력을 강조한다면 이는 통화정책 속도 조절로 읽히게 된다. 통화정책 속도가 조절되면 외국인이 신흥국 주식시장 매도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개인투자자 매수 여력이 큰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번 잭슨홀 미팅으로 외국인 순매도 속도가 줄어든다면 오히려 반등을 꾀하는 계기도 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잭슨홀을 앞두고 변동성은 여전히 지배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파월 의장의 색채가 짙어지지 않는다면, 이 행사 이후 신흥국 증시 저가 매수세 유입에 대한 기대를 높여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 발언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카플란은 당초 9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발표, 10월 시행을 주장했던 매파 인사다. 그는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영향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경제 회복에 영향을 미치면 통화정책 견해를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노 연구원은 "매파에 가까운 인사도 델타 변이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