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火魔)가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그리스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7일에는 프랑스 남동부에서도 산불로 1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앞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뒤덮었던 산불이 남유럽 전역에 확산되는 형국이다.
재앙은 유럽에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약 한 달 동안 대형 산불 '딕시'가 꺼지지 않고 있다. 딕시 산불은 올 여름 미국 서부를 강타한 수십 건의 화재 중 최대 규모로, 17일까지 서울의 4배 면적을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터키와 러시아 역시 화염에 휩싸였다.
세계가 화재에 시름하고 있는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최근 나타난 기록적인 산불이 기후 변화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협의체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 연료와 시멘트 생산 등으로 대기 중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지난 5월 419ppm을 기록했다. 이는 360만년 내 최고치라고 협의체는 전했다. 온실가스 메탄의 양은 산업화 이전 수준의 2.5배이며,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1850년과 비교해 1.1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스 배출량을 급감하지 않는다면, 향후 20년 뒤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오를 수도 있다.
문제는 탄소 배출과 지구 온난화가 야기한 대형 산불이 또 다시 탄소를 대량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 서비스(CAMS)'를 인용해 "지난 달 전세계에서 발생한 화재로 3억4300만톤의 탄소가 배출됐다"고 보도했다. 2003년 탄소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종전 최대치는 2014년 7월의 배출량이었는데, 올해 산불로 인한 배출량이 7년 전에 비해 20% 가량 많았다.
이 같은 전세계적 기후 재앙은 결국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투자 방향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SG는 지난해부터 전세계 경영·경제의 최고 화두가 돼왔다. 국내 기업들도 발빠르게 ESG 경영에 동참했으며,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도 신규 석탄 화력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형 산불과 같은 기후 재앙이 발생할 수록 환경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환경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금융 상품으로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녹색 채권이 있다.
녹색 채권은 친환경 및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지난달 말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한국서부발전은 27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는데, 당초 예정됐던 발행 금액은 2500억원이었으나 4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친환경 사업과 관련된 국내·외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그 외에도 롯데·SK·GS·LG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녹색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선물 역시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유럽 탄소배출권(EUA) 선물 가격은 톤당 56.6유로를 기록해 연초 대비 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의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올해 저점과 비교해 192% 올랐다. 국내 탄소배출권 선물(KAU20)은 2만2500원으로, 약 두 달 전과 비교해 114% 넘게 상승했다.
물에 투자하는 파생 상품도 주목할만하다. 지구 온난화가 물 부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폐수 재활용과 수도 인프라, 해수 담수화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인 물 관련 파생 상품이다.
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기회는 고갈되는 것에서 발생한다"며 "지구가 물 부족이라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물은 가장 중요한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물 관련 ETF로 'Invesco Water Resources ETF'를 추천했다. 물에 투자하는 최대 규모의 ETF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한다. 운용 보수는 연간 0.6%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이 상품을 추천했다. 김성환 연구원은 "이 ETF는 올해 들어 1월을 제외하고 가격이 하락한 달이 없었다"며 "미국 서부의 물 부족과 더불어 경기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속 방어주의 강세 때문에 안정적인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그 외에 미국 식수 및 폐수 재활용 업체들에 투자하는 'First Trust Water'와 글로벌 수도 인프라 및 장비 업체에 투자하는 'Invesco S&P Global Water Index'를 추천했다. 운용 보수는 각각 0.54%, 0.5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