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구속 수감 7개월 만에 출소하게 됐다. 법무부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를 열고 이 부회장의 13일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됨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 초부터 6개월 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5일 이후 한 번도 9만원을 회복하지 못한 채 7만~8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그룹 총수들이 석방됐을 당시, 회사 주가는 강세를 띤 경우가 많았다. 기업 총수가 경영 일선에 복귀해 중요 사안의 결정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 신동빈·정몽구·김승연·강덕수 석방 당시 회사 주가 강세

지난 2018년 2월 5일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을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46% 상승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훈련 지원금 70억원을 지원한 것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3년 전 이 부회장의 석방 당시 삼성전자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낸 종목은 그룹 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028260)이었다. 이 부회장의 석방 당일 삼성물산 주가는 2.14% 상승 마감했다.

롯데지주(004990)의 경우 지난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이 석방된 당일에는 주가가 0.36% 하락했으나, 석방일 전 한 달 동안 17% 넘게 올랐다. 롯데쇼핑(023530)은 같은 기간 13.6% 상승했다.

당시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8개월 간 총수 부재 상태가 계속됐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086280)도 그룹 총수의 석방으로 주가가 오른 회사다. 지난 2006년 6월 28일 횡령 및 배임 죄로 재판을 받던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속 두 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8.24% 상승 마감했다. 당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던 현대모비스(012330)도 1.29% 상승했으며, 현대차(005380) 주가는 0.13% 올랐다.

대기업 총수의 석방 당일 주가 상승률. /자료=한국거래소

SK 역시 그룹 총수의 석방이 회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선례를 남겼다. 2015년 8월 13일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SK(034730)(SK주식회사와 SK C&C 합병 법인 기준)의 주가는 전날보다 2.14% 올랐다. 당시 최 회장은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465억원을 해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2년 7개월 간 구속 수감됐다.

한화(000880)도 마찬가지였다. 김승연 회장이 2014년 2월 11일 장 마감 후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자, 다음 날 한화 주가는 1.99% 상승했다. 당시 김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CJ(001040)의 경우 2016년 8월 13일 이재현 회장의 석방이 결정된 다음 날 주가가 1% 상승했다. 이 회장은 2013년 조세 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나 3년 뒤 희귀병 등을 사유로 광복절 특사로 나오게 됐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강덕수 전 STX(011810) 회장도 석방으로 회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지난 2015년 10월 14일 강 전 회장이 2심서 집행유예로 석방되자, 당일 STX 주가는 전날보다 5.73% 상승했다. 다음 날에는 장중 한 때 17%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 "이재용 구속 당시에도 주가 변동 미미···가석방 여부, 별 영향 없을 것"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삼성전자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주가가 크게 요동치지 않았던 만큼, 가석방 소식이 의미 있는 호재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가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시점에도 삼성그룹주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듯, 이번 가석방으로 인해 크게 반등할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또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도 그룹 경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쳐왔을 것이기 때문에, 가석방 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전문가도 이번 가석방이 삼성전자 주가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어도 사법부에서 판단하는 '죄'가 없어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또 이 부회장이 당장 삼성전자 이사회에 복귀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석방 이슈를 어떻게 해석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