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어서면서 기존 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준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그간 카카오뱅크가 금융주인지 플랫폼주인지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6일 카카오뱅크는 시초가가 공모가 3만9000원보다 37.69%(1만4700원) 높은 5만3700원에서 형성된 이후 29.98%(1만6100원) 오른 6만980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78.97% 올랐다. 시총은 33조1620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12위 규모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기준 시총은 18조5000억원으로 당초 시장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다른 금융주와 비교하면 시총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의미였다. 이날 종가 기준 KB금융지주는 21조원, 신한금융지주는 20조원이었고 하나금융지주는 12조원, 우리금융지주는 7조원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가 이날 기록한 33조원이 넘는 시총은 다른 금융주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공모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6배로, 4대 금융지주 주가수익비율인 4~6배보다 한참 높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 “은행업 관점에서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하면 9조9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상장 흥행이 성공하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거래대금은 3조7443억원으로 주식시장 1위였다. 개인 투자자는 3023억원을 순매도하는 반면 외국인이 2254억원, 연기금(1438억원)을 비롯한 기관이 982억원을 순매수했다. 단기 수익을 노리고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의 매물을 전문 투자가인 외국인과 연기금이 사들인 상황이다.

정준섭 연구원은 “6일 카카오뱅크 주가가 금융주와 기업가치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를 금융주가 아닌 플랫폼주라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에는 기존 기업 가치 평가 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안 지표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다. 플랫폼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향후 기업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기준 MAU는 1040만여명으로 국내 은행앱 1위다.

해외 금융 플랫폼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페이팔의 MAU는 3억9200만명, 스퀘어는 3600만명, 동방재부는 1430만명 수준이다. 가장 최근 종가 기준 이들 기업 시총은 각각 377조원, 148조원, 60조원으로, 1인당 MAU 가치는 96만~419만원이다. 카카오뱅크의 6일 종가 기준 1인당 MAU는 318만원이라는 점에서 안정권에 든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주로 분류된 만큼 기존 금융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 카카오뱅크의 사업 모델을 연계할 방법을 고안하고, 카카오페이와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향후 기존서비스 영역 확대와 차별적인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장이 예상된다”면서 “이미 26주적금·모임통장·저금통 등 이용자 중심의 차별적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성공시킨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시총 규모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다면 주요 3대 지수에 모두 편입될 전망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외국인과 기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FTSE지수는 오는 12일 혹은 12월 17일에, MSCI지수는 오는 20일에, 코스피200지수는 다음 달 9일에 편입이 전망된다.

다만 유통 가능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 비중은 유통 물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현재는 보호 예수 물량과 카카오 지분이 많아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주가가 패시브 자금의 영향을 크게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