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 반도체 업황의 호황 덕에 어닝서프라이즈(전망치보다 좋은 실적)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8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한 채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내년 1분기 반도체 업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 삼성전자에 섣불리 투자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얻은 위상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 역시 투자 심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지는 매력이 크지 않아, 외국인들이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의 보유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풀이했다.
29일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63조6716억원을, 영업이익이 12조56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20.21%, 영업이익은 54.2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이달 초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61조2813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9741억원이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어닝서프라이즈에 성공하며, 삼성전자의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9.2% 증가한 129조601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역대 최대 상반기 매출액이다.
◇ "내년 상반기 업황 우려"… TSMC·인텔 등 경쟁사도 부담
이 같은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2월 초부터 약 6개월간 박스권 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25% 하락한 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 16일 이후 9거래일째 한 번도 8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저지하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동반 매도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3조2700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14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개인이 26조60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하방 압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내년 상반기 실적의 불확실성이 커 투자자들이 좀처럼 매수세를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디램(DRAM)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 이 가격이 급락할지 서서히 떨어질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1분기 초 디램 가격의 향방이 확인되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 때문에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간 코로나19 유행 영향으로 잘 팔렸던 PC와 태블릿 수요가 언제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가격의 사이클을 고려할 때, 4분기부터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에 비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을 반감하는 요인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대만 TSMC가 워낙 강력한 사업자이며, 인텔도 투자를 대거 늘리며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가진 위상을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델타변이바이러스 확산 탓에 투자 매력을 어느 정도 잃었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최 부문장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초까지 증시가 상승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방역 측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보이며 모멘텀(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의 보유 비중을 낮추려면,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보유 비중을 필연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4분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이 구체화하고 나면, 그동안 주가가 눌려 있던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뉴욕 증시가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에도 기업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듯, 국내 기업들도 실적이 계속 잘 나오고 경기 확장이 지속된다면 주가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재용 부회장 '특별 사면' 영향 놓고는 의견 엇갈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 여부가 회사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다음 달 광복절을 맞아 특별 사면이나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양 센터장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향후 반도체에 얼마를 추가 투자할지 관심 갖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나온다면, 그런 의사 결정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특히 중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와 반도체 굴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의사 결정을 주목해야 하는 만큼, 이 부회장의 석방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추가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텐데, 대신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이 부회장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출액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회사가 한 명의 의사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군다나 사면이 아닌 가석방을 받는다면 해외 출장을 자유롭게 갈 수도 없기 때문에, 특별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회장의 석방이 삼성전자보다는 반도체 장비 회사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증권 업계 전문가는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현재 감옥에 있기 때문에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다면 반도체 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가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기업의 펀더멘탈(체력) 자체에는 별 영향이 없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주의) 주가가 장기간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