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Re-opening·경제재개) 관련 유통주가 최근 외국인 공매도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델타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유통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약해지고 있다.
향후 유통주 주가 흐름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변이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거리두기 4단계 상향 조정으로 일단락된 만큼 유통주를 저가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재 관련 유통주의 가격이 올해 들어 이미 큰 폭으로 올랐으며 '보복 소비' 대상이 기존 소비재에서 다른 섹터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만큼, 유통주를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3일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액 비중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전체 거래대금이 1519억원이었으며 공매도 거래대금은 그 중 21.8%인 331억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일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특히 22일 177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23일(275억원)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대표적인 유통 소비재주 LG생활건강(051900)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일주일 간 거래대금이 총 2407억원이었는데, 그 중 공매도 거래액이 전체의 15.1%인 363억원이었다.
현대백화점(069960)과 롯데쇼핑(023530) 역시 외국인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각각 13.6%, 12.3%였다. 이외에 BGF리테일(282330)과 코웨이(021240)의 공매도 거래액 비중도 10%를 넘었다.
이처럼 리오프닝 관련주가 외국인 공매도에 대거 노출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다. 리오프닝주는 앞서 올 상반기 백신의 보급으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었다. 올해 초 400에 못 미쳤던 코스피 유통업종지수는 6월 초 453.75까지 올랐다. 6개월 만에 14%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코스피200 생활소비재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 넘게 올랐다.
그러나 이달 초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유통주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 개선 둔화에 대한 우려와 가격 고평가 우려가 겹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지난 5월 말 30만원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던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23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LG생활건강 주가는 이달 초 178만4000원까지 올랐지만, 23일 152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한 달도 안 되는 새 15% 가까이 하락했다. 주당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가 급등락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도 유통주 향방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 상승과 낮은 치명률을 고려하면 지난해 3월과 같은 팬데믹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델타변이의 확산 우려는 거리두기 4단계 재조정을 통해 일단락된 만큼, 긴 호흡에서 기업 펀더멘탈(체력)이 개선되는 업체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유통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성 연구원은 특히 화장품 업종에 대해 "중국의 소비 증가와 따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며 "특히 면세점과 중국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에 대한 투자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직 유통주를 매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많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향후 코로나19 확산이 완화되고 리오프닝에 따른 실적이 개선돼야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20만원에서 205만원으로 내렸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소비재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해지고 있어, 올해 큰 폭으로 오른 화장품·의류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 화장품주와 의류주의 평균 주가는 각각 14.6%, 58.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0.5%에 그쳤다.
하 연구원은 이들 유통주가 1분기 코로나로 인한 보복 소비에 힘입어 어닝서프라이즈(전망치보다 좋은 실적)에 성공했지만, 보복 소비 특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 소매 판매에서 화장품과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 11% 수준인데, 이 비중이 크게 늘고 있지 않다"며 "보복 소비의 대상 품목이 전자 제품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